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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불만러의 페르소나5 소감 - 아직 JRPG가 건재하다는 증명

잡게왕 2024. 5. 20. 14:34

 

 

 

 

제가 페르소나5를 어떻게 구입하게 되었는가 하면...

 

 

자주 가는 온라인 게임샵을 들락거리다

 

한정판 발견

-> 주문

-> 결제

-> 완료!!

 

 

(......)

 

 

...하는 과정을 거쳐 얼떨떨하게 구입하게 된 페르소나5입니다.

알고 보니 이 쉽게 구한 한정판은 예약 고지조차 제대로 안하고 진행하여 판매된 물건이더군요.

 

말 그대로 우연으로 레어(?)한 물건을 구했는데, 그에 대한 보람도 없이 꽤 오랫동안 플레이하지 않고 방치된 상태로 두었습니다. 일단 RPG라는 특성상 플레이타임이 꽤 걸릴 것이고, 당시에는 사적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기 때문에 해볼 여가가 안 났기 때문이었죠.

 

여하튼 그런고로 비교적 최근에야 플레이를 시작했고, 엔딩까지 갔고, 플래티넘 트로피까지 땄습니다.

 

그 소감을 얄팍하게나마 떠벌여보고자 합니다.

 

 

스토리

 

밀도 높은 프롤로그

 

대충 게임의 시작 내용은 이렇습니다.

 

불의의 사건으로 인해 도시로 강제 전학하게 된 주인공. 낯선 도시, 낯선 학교, 낯선 인물들 사이에서 주인공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 심하게 간략한 내용정리는 단지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여기서 제가 프롤로그 내용을 미주알고주알 적어놓는 행동은 페르소나5 제작진의 노력을 깎아먹는 짓일뿐더러, 플레이하지 않은 유저 분들에게 원망의 소리를 들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페르소나5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초반의 프롤로그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주인공이 어떤 경위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하는 주변의 상황, 새로이 만난 인물들의 입장 혹은 반감, 우연찮게 맞이한 비일상적인 광경 등등. 주인공의 처지를 공감할 수 있게끔 섬세한 이야기 전개를 이끌어내는 것을 시작으로, 왜 주인공 일행이 악역과 반목하게 되는지 악역 캐릭터의 비열함을 역시나 세밀하게 풀어냅니다. 작화가 훌륭한 2D 애니메이션 컷신이 초반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게임 시작부터 플레이어의 흥미를 더욱 유발시키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전투 부분을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턴제 RPG라는 친숙한 장르로서 보통 게이머들은 알만한 시시콜콜한 설명은 제치고,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만을 간략히 설명해주는 부분도 돋보였습니다. 페르소나 사용과 영입 방법, 약점 공략 등등 이 게임 특유의 전투 부분만을 알기 쉽게 전달하더군요.

 

요약하자면 가슴 쪽으론 최대한 감정이입을 이끌어내고, 머리 쪽으론 가능한한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지도록 배려를 해두었습니다.

 

 

 

몰입할 수 있는 동기

 

 

 보통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장르 물에 심심찮게 보이는 전개가 있습니다. 평범하게 살던 주인공이 모험적이며 위험한 비일상의 모험에 뛰어드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많은 작품들이 이쪽 부분에서 판에 박힌 전개를 보여주곤 합니다.

 

상식을 뛰어넘는 장면을 목격했다!’

-> ‘그리고 나도 신비스러운 힘을 얻었다!’

-> ‘비상식적이고 이질적이며 위험한 세계가 곧 나의 세계(혹은 마을)를 위험에 빠뜨릴 거야!’

-> ‘어쩔 수 없지! 동료들을 위해 나도 싸우겠어!’

 

하는 전개 말이지요. 가장 공감을 끌어낼만한 스토리라지만, 2017년인 지금 기준으로는 질릴 만큼 많이 등장한 클리셰입니다.

 

 

잠깐 다른 작품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도쿄 재너두는 페르소나 하고는 다른, 액션RPG 장르의 게임입니다. 그럼에도 현실을 배경으로 한 RPG로서 몇 가지 유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료들과 친해지면서 호감도를 쌓는 점,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이거저거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점들 등등.

하지만 스토리 쪽에선 유사한 점과 극적인 차이점이 동시에 드러납니다.

 

도쿄 재너두의 주역들은 앞에서 언급한 전형적인 전개를 그대로 답습합니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도, 이 일에 말려든 친구를 위해, 동료를 위해 망설이지 않고 새로운 세계에 뛰어듭니다.

 

페르소나5 역시 위험한 상황임을 알고도 뛰어든다는 점만은 비슷합니다만, 이런 행동에 동기라는 설득력을 더욱 부여합니다.

앞으로 내딛을 모험의 길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해주는 캐릭터. 또한 퇴학’ ‘협박 같은 막다른길에 몰린 현실상황이 주인공들이 위험을 무릅쓰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순수한 선의라던가 동료애, 우정이라는 관념적인 이유만으로 다짜고짜 전개되는 스토리보다는 몰입감을 부여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동료애나 선의를 소재로 사용하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RPG, 특히 일본산 RPG에서 동료애가 얼마나 많이 나왔던가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질릴 만큼 많이 나왔습니다. 소위 나까마 드립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해 비웃음을 사게 되었습니다. 이제 나까마 드립은 쉰내가 아니라 썩은 내가 날 만큼 지나치게 쓰인 소재입니다.

 

근래 많은 작품들이 이런 판에 박힌 전개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만, 특히 페르소나5는 이 동기 부분에서만큼은 높은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명확한 주제

 

 

간결하고 깔끔하게 게임 속 설정을 보여주면서 시선을 끌이 들이는 것이 초반부 이후,

본격적으로 스토리를 진행하면서도 페르소나5는 플레이어가 집중의 끈을 놓치기 않게끔 유도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내용에 대해선 자세가 언급 못하지만 여러 가지 흥미요소가 점칠 된 시나리오입니다. 양두구육의 위선자와 위정자, 사회 속에 가려진 피해자들, 점점 유명해져가며 활약해나가는 주인공 파티와 그늘 속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흑막 등등. 플레이 내내 게임이 주는 몰입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습니다.

 

 

 

 

시나리오의 주제는 매우 명확합니다. 감춰진 교훈이나 제재를 찾아내게끔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내재적 서술방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아주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게임 속 인물들의 사상을 비판합니다. 집단주의에 입각하여 여론에 휩쓸리기만 하는 대중을 꼴사납게 표현하고, 목전의 비리와 문제를 그냥 눈감아버리고 마는 개인주의에게 일침을 내립니다. 악역들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황당하고 시대착오적인 전체주의를 주장하며, 선민의식이 만연한 정치권의 모습을 여과 없이 풍자합니다.

이는 우익사상이 만연한 현대의 일본사회의 모습을 비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게임 속에서 노골적으로 좌익에 가까운 사상을 표현합니다. 심심하면 전범기를 남용하여 우익 의혹을 받고 있는 제작사를 생각하면 참 묘한 느낌입니다.

 

여하튼 다소 뻔해 보이기까지 하는 서술방식 덕분에, 게임 스토리에선 선악의 모호함이나, 다양한 일면을 가지고 있는 심도 있는 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점이 오히려 이 페르소나5의 분위기에 걸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10대가 주축인 주인공 일행과 현대 사회의 세속적인 배경에서 착한 사람, 나쁜 놈이 명확하게 나눠진 이 시나리오는 플레이 몰입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시스템과 전투

 

 

게임의 구성

 

이 게임은 소위 일상 파트, 혹은 ADV(어드벤쳐) 파트에서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하루 중 두 번, 방과 후 시간과 저녁 시간 동안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 중 특정 활동을 할 경우 시간이 경과하며, 하루에 방과 후와 저녁 두 번의 활동을 마칠 경우 날짜가 다음날로 넘어갑니다.

 

 

 

여기서 말한 활동은 다양합니다. 동료들이랑 시간을 보내며 호감도를 쌓는 것은 기본이고. 학교 도서관에서 독서를 하거나, 레스토랑에서 공부를 하거나 배팅 센터 같은 플레이스팟에서 미니게임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활동은 메인 스토리랑은 관련이 없더라도 코옵(cooperation) 시스템이나 파라미터와 연관이 있습니다.

 

 

 

 

코옵과 파라미터

 

주인공에겐 파라미터 수치가 존재합니다. 지식, 배짱, 재주, 상냥함, 매력 5가지의 능력치입니다. 이 능력치들은 플레이 중 여러 방식으로 랭크를 올려줄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활동들, 독서나 미니게임 등을 반복하여 조금씩 올려가는 식입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 이 파라미터는 메인 시나리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럼 귀중한 시간을 허비해가며 뭐 하러 이런걸 올리냐? 바로 코옵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코옵이란 우리가 게임 쪽에서 흔히 쓰는 용어인 다른 플레이어와의 합동 게임플레이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페르소나5에서 코옵은 쉽게 말하면 다른 캐릭터와의 인연입니다. 전투를 같이 하는 동료들이나 인연이 닿은 캐릭터들과 시간을 보내며 점차 호감도를 올리는 일종의 사이드 스토리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 코옵 수치, 즉 호감도를 올리려먼 주인공의 파라미터부터 올려야 하는 것입니다. 특정 수치가 어느 랭크 이상 오르지 않으면 코옵 이벤트 자체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매력 없으면 대화도 안돼는 더러운 세상

...자 그럼 왜 파라미터를 올리는 노력까지 감수하며 코옵 이벤트를 진행해야 하는가?

 

 

 

1. 코옵을 진행할수록 열리는 어빌리티가 존재하고 이것들은 게임진행과 전투에 도움을 준다.

2. 메인스토리와 별개의 사이드스토리를 즐길 수 있으며 차차 밝혀지는 캐릭터의 과거와 성격 등을 표현하여 완성도에 박차를 가한다.

3. 캐릭터 당 코옵 이벤트 종료 때마다 최강급 페르소나를 제작할 수 있다.

4. 공략 가능한 여캐들을 꼬셔서 하렘을 만드는 귀축남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메인스토리만 냅다 달리고 코옵을 무시하면 게임 진행이 불편할뿐더러, 그건 페르소나5를 제대로 즐겼다고 말하기도 힘들지요.

 

코옵과 파라미터에 관련된 설명을 장광설로 늘어놓았는데, 개인적으로 만족감을 느낀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RPG라는 장르의 개념이 발전된 오늘날, 단순히 모험 전투만으로는 플레이어가 만족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육성, 대화, 연애, 탐색 등등의 부가요소가 등장하여 부족하게 여겨지는 점들을 메꾸고 게임을 더욱 알차게 만드는 시대입니다.

 

그런 점에서 페르소나5의 파라미터와 코옵 시스템은 만족스러운 부가요소이고 필수요소이기도 했습니다. 게임 전체에 생동감을 주어 플레이 욕구에 박차를 가했고, 얼핏 늘어질 수 있는 메인스토리 사이사이에 플레이 당위성을 부가해 패드를 놓지 않게끔 유도했습니다.

 

 

 

던전과 전투

 

앞에서 말했듯 이 게임에선 하루에 두 번의 자유이동 기회가 주어집니다. 방과 후와 저녁 시간. 스토리상 방학을 해도 게으른 주인공놈 때문에 오후와 저녁 똑같이 두 번입니다. 이때 방과 후-오후 시간 때만 가능한 것이 스토리 진행을 위한 던전 공략입니다.

 

 

소위 팰리스라고 불리는 던전에서 스토리 진행을 위하 마지막 맵까지 가야하고, 최종적으로 팰리스의 주인인 보스를 쓰러뜨리면 당 파트의 스토리가 끝나는 식입니다.

 

던전의 퍼즐은 간단한 수준이라 진행이 막히는 일은 드물 겁니다. 물론 스토리 진행에 따라 스케일이 점점 커져가며 후반부는 맵 전체를 돌아야 퍼즐을 풀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방대해집니다. 적대 NPC들은 던전 안에서 대놓고 활보하며 접촉하면 전투가 벌어집니다. 이때 적의 뒤를 잡거나 매복으로 덮치면 전투를 선제공격으로 시작할 수 있으며, 전투를 매우 유리하게 이끌 수 있습니다.

 

 

 

 

전투는 턴제RPG 장르임에도 간결한 인터페이스와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전투의 포인트는 적들의 약점 공략입니다. 몬스터의 약점 속성으로 공격해 그로기 상태로 만드는 것이 전투를 쉽게 진행하는 관건입니다. 그로기에 빠진 몬스터를 총공격을 통해 일망타진하여 전투를 빠르게 끝맺거나 살살 꼬셔서 돈이나 아이템을 삥뜯거나(...) 아군 페르소나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일단 전투 돌입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랜덤 인카운터 방식을 매우 싫어하는지라, 필요에 따라 전투를 회피하면서 진행 가능하게 해놓은 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전투를 오토로 돌릴 경우 속도가 몇 배속으로 빨라지는 등 스피디한 게임 진행을 도와줍니다.

 

 

그 외 돋보이는 시스템

 

 

 

 

스토리 중 시간제한 일자 경과에 따라 동료들로부터 문자를 받거나, 우연히 만나서 재촉을 당하는 등등. 실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동감을 주는데 제작진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외에도 지나가다 들리는 속삭임이 스토리 진행과 주인공 일행의 행동 경과에 따라 달라지는 세심함도 눈에 띄었습니다.

 

전투 시와 파라미터 활동 때 외에는 무음성이며 대사도 없는 주인공에게 선택지를 주었습니다. 선택지의 대답은 무얼 택하든특정 분기를 제외하고-별 대단한 의미는 없고, 선택지 선택 후 대화하는 상대방의 대답이 약 두어 문장 정도가 달라지는 정도입니다.

 

 

 

 

다만 이런 선택지 시스템을 통해 대화에 추임새를 넣어 주위에서만 떠들고 입 다물고 있는 주인공이라는 소위 벙어리 주인공 게임의 어색한 상황을 탈피하고자 했습니다.

 

비슷하게 주인공의 파트너이자 보모인 모르가나 역시 주인공의 활동 전후로 코멘트를 한마디씩 하며 주인공이 혼자 중얼거린다던가 하는 시추에이션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줍니다.

 

 

 

그래픽

 

 

 지금까지 적은 소감문에서 늘 해왔던 소리지만, 그래픽 쪽에선 딱히 할말이 많이 없습니다.

일단 그래픽의 좋고 나쁨을 완벽히 판별할 만큼 눈이 높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환경 역시 하이그래픽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고 스펙의 시각매체와는 거리가 멀지요. 결국 게임에 그래픽이 어울리는 수준인가, 현 콘솔에 알맞은 수준의 그래픽인가가 제가 말할 수 있는 정도인데...

 

 

 

사실 페르소나5 PS3으로도 같이 발매한 것을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시피. 그래픽은 썩 대단한 편은 못됩니다. 거리 풍경이나 팰리스의 디자인은 나쁘지 않지만 눈 호강을 할만큼의 그래픽과 기술력은 보여주질 못합니다.

 

다만 제작사 아틀라스의 규모를 고려해 보자면 수억대의 제작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 제작사들의 메이저 작품들과의 비교는 좀 억울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최상의 그래픽과는 거리가 멀지만 최소한 게임 속 분위기는 해치지 않고, 캐릭터들 원형 디자인에 걸맞는 모델링 정도는 잘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모델링들이 움직이는 모션 애니메이션 역시 일상파트나 전투 파트 모두 그만하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

 

 

 냉철하게 딱 잘라 말해서 썩 멋진 음악들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ADV파트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은 한곡뿐입니다. 각각의 팰리스에서 흘러나오는 던전 배경음도 딱히 기억날 만큼 인상깊던 음악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귀를 괴롭게 만드는 나쁜 음악은 아니지만 좀 평범하달까요.

 

특별 보스전 음악의 보컬곡 등 괜찮은 곡도 있긴 합니다만..전체적으로 보자면 좀 아쉽습니다.

반복되는 음악에 대해서 불만점도 있긴한데...그건 아래쪽에 더 자세히 서술하도록 하지요.

 

 

 

 

불만인 점& 아쉬운 점

 

 

너무 긴 프롤로그

 

 ..분명 글 서두에 밀도 높은 프롤로그 어쩌구 했으면서 이제 와서 이건 또 뭔소리냐? 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 부분에서 강조했듯이 페르소나5 프롤로그 부분은 플레이어 흥미 유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 점이 사실 양날의 칼로 작용되기도 합니다.

 

타이틀 화면에서부터 게임을 처음 시작하고 약 1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대체 이놈의 게임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렇습니다. 주인공의 과거 묘사와 현재 상황. 도시배경과 설명, 주위환경과 동료의 입장, 전투와 팰리스 관련된 튜토리얼 등등등. 게임 시작하고 대화를 스킵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최소 2시간 이상은 지나야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할까말까 하는 진행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첫 플레이시에도 상당히 길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2회차를 진행해보니 확실히 너무 길다! 하는 결론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물론 심각한 결점은 아니고, 플레이어가 몰입한다면 별 문제가 없는 점입니다.

 

 

개심의 도덕적 한계설정

 

뒤틀린 욕망에 사로잡혀 비뚤어진 인간의 숨겨진 보물을 훔쳐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만든다, 즉 개심(改心)시킨다. 이것이 주인공 일행의 목적이며 게임의 골자입니다. 그런데 게임 속에서 이를 설명함에 있어 좀 모호하게 넘어간 부분이 있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180도 태세전환이 가능하냐! 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따지려 드는 게 아닙니다. 그런 개심의 메커니즘 같은 것은 게임적 허용 안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설정이니까요. 문제는 그 개심이란 시스템의 정당성입니다.

 

게임 초반부 분명 이 개심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자칫하면 대상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있지요. 이점은 주인공 일행의 선의의 동기와 충돌하며 모험 시작에 갈등을 주는 훌륭한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이것도 초반부 얘기일뿐, 이후 주인공 일행은 개심 시스템을 시행하는데 있어 별다른 거부감도 망설임도 없습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타인의 아주 사적인 문제까지 끼어들어 개심을 사용하며, 누구를 개심할지 신나하며 목표를 선별하기도 합니다. 후반에는 동료의 친인척을 목표대상으로 삼는데도 큰 거부감도 없습니다. 주인공 일행이 유명세에 들뜬 고등학생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개심의 설정과 도덕적 딜레마에 관해선 좀 유야무야 하게 넘어간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물론 매번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망설이고 갈등하는 것은 스토리를 지지부진하게 만들고 게임의 흥을 떨어뜨렸겠지요. 저도 그런 걸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마치 세뇌나 최면과 같이 상대방의 의지를 무시한 인격변화를 초래하는 위험한 능력이-설령 그것이 선의의 목적을 위해서라고 해도-너무 부주의하게 쓰인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소 이점을 찜찜하게 여기는 플레이어들을 위한 안전장치 같은 설정이 존재하길 바랐습니다.

 

 

다소 작위적인 클라이맥스

 

페르소나5의 후반부에서 엔딩까지 이어지는 연출은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사실 이 정도라면 웬만한 게임들의 후반부 연출은 가볍게 능가하는 훌륭한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스토리 부분에서 약간 걸리는 점이 있다고 말씀드려야겠군요.

후반부 즈음에 엄청난 악행을 저질렀고 주인공 일행에 직접적인 피해까지 입힌 악역과의 전투 후 장면이 있습니다. 여기서 주인공 일행이 패배한 악역에게 동정심을 표현하는 부분은 뜬금없다 못해 황당할 정도입니다. 평소에 나쁜 놈들을 개심시켜 정신 차리게 해주겠다던 녀석들의 이 갑작스런 태도 변화는 무엇인지 황망할 따름이었습니다. 심지어 그 부분은 악역의 동기라던가 과거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때였음에도 말입니다. 권선징악이 명확해야 할 부분임에도 이놈이 나쁜 짓을 한건 맞지만 왠지 불쌍해 보이니 용서해야겠다 분위기는 실로 실소를 짓게 만들었습니다.

 

 

 

최후반부에도 느낌은 다르지만 어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마지막 전투 직전, 주인공 일행을 부르짖은 대중의 모습은 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이 파트에서 열혈, 소위 달아오르는 분위기를 느꼈다는 소감도 있고, 사실 그런 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스토리 전후를 살펴볼 때 거기서 주인공 일행 괴도단을 연호하는 점은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장면인 것도 사실입니다. 분명 맹목적인 집단주의를 비판하는 자세를 갖고 있던 게임의 분위기에서, 마지막의 그 모습은 또 다른 맹목주의 같다는 점에서 모순을 느끼게 했습니다.

 

 

 

늘어지는 후반부 던전들

 

 

초반부 팰리스에서 느꼈던 신선한 모험심은 중반부를 지날수록 점점 퇴색하며, 후반부에 들어갈수록 스케일 커진 팰리스의 맵과 귀찮음이 가득한 퍼즐에 차차 질리게 됩니다.

..사실 RPG게임이라는 장르가 후반부 갈수록 던전이 복잡해진다던가 어려워진다던가 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따라서 단점이라고 하기 모호하긴 합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인 불만에 가까운 트집입니다만, 후반부 팰리스는 확실히 늘어진 감이 있습니다. 처음 펠리스를 경험했을 당시의 신선함은 온데간데없고, 퍼즐을 위해 맵 구석구석을 돌게 하고 똥개훈련 시키듯 왔다갔다 거리는 점이 영 번거롭고 귀찮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팰리스 구역이 그 정도가 심한데, 이건 뭐 플레이 해보시면서 느끼는 점이 제일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불만점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아쉬운 점들입니다.

 

 

동료들의 비중을 골고루 맞춰주었다면...

 

 

 

 

동료들마다 비중이 상이합니다. 일단 초중반에 동료가 되는 선배 캐릭터나, 중반에 동료가 되는 해커 캐릭터가 후반까지 비중을 상당 부분 차지합니다. 특히 해커 캐릭터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스러운 능력을 과시하며 스토리에서 땔 레야 땔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동료들이 벙어리가 되어 소위 병풍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할 때마다 대사 한마디씩 쳐주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합니다.

단지 자신들이 중심이 되었던 에피소드에 비하면 대사와 활약이 현저히 적게 보일 뿐이지요. 초반부터 동료였던 애들이 점차 비중이 줄어드는 느낌이 드는 것이 그런 이유입니다.

 

비중 면에서 특히 가장 마지막에 동료가 되는 아가씨 캐릭터가 제일 심한 취급을 받습니다. 일단 시기상으로 동료가 되는 시점 자체가 후반이기도 하고, 이후 코옵을 제외하면 특별한 역할을 보여줄 틈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단점이라고 여기지는 않는 부분입니다만, 사실 아쉽기는 합니다. 듣기로는 도호쿠 대지진 이후 동료 부분에서 시나리오 변경이 있었다던데, 이 루머가 사실이라면 오리지널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음악이 좀 더 다채로웠다면...

 

 

일단 ADV파트에서 주로 들리는 배경음이 약 두 가지.

팰리스는 각각 고유의 배경음악.

그럼 전투는? 보스전 등의 특정 전투를 제외하곤 한 가지 음악이 계속 반복됩니다.

 

 

 

게임 플레이 중 많은 부분에서 똑같은 음악이 계속해서 반복되다보니 귀에 딱지가 생길 지경입니다. 이러니 다른 좋은 음악이 있어도, 무한 반복되는 몇몇 곡들 덕분에 인상이 굉장히 희미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전투 쪽에서 그런 면이 심한데 수없이 많이 치러야 하는 잡몹들과의 전투에서 똑같은 전투테마, 승리테마 끝까지 고수한 점은 솔직히 이해 못하는 부분입니다.

 

ADV파트에서도 분기별 혹은 계졀벌 다른 배경음이 나왔어도 분위기가 약간 색달랐을 거라고 봅니다.

 

 

 

코옵과 파라미터의 활용범위가 더 넓었다면...

 

 

코옵 스토리 자체는 메인스토리와 연관이 거의 없지만, 코옵을 전부 달성한 캐릭터의 경우 메인 스토리 클라이맥스와 엔딩 부분에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자 캐릭터의 경우 선택지에 따라 연인이 되거나 할 수 있지만,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 등 특정 이벤트를 제외하면 역시 메인쪽에선 크게 티가 나질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메인스토리에 좀 더 관여를 해주었으면 했습니다.

 

 

 

일단 위에서 코옵 자체에 호평을 내리긴 했지만, 그 사이드 시나리오 하나하나를 보자면 썩 만족할만한 수준은 못됩니다.

기왕이면 이 코옵용으로만 존재하는 캐릭터들이 메인 시나리오에 보조 역할이라던가, 기타 도움을 주는 역으로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전략적 지능을 지닌 바둑기사, 정치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치가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사이드스토리에서만 소모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같은 이유로 파라미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게임 내내 발바닥에 땀나게 돌아다니는 것이 대부분이 파라미터 수치를 올리기 위해서인데, 단지 코옵을 위한 존재이유라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파라미터 수치에 따라 선택지가 추가되거나, 다른 변경점이 있었다면 좀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총평

 

 

 

한글화를 해주었다는 점에 유통사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작품은 실로 오랜만입니다.

 

과장을 살짝 첨가하자면

소위 향수라며 치장되어온 JRPG의 케케묵은 관습 같은 시스템을 과감하게 치워버리고,

유저 친화적으로 다가온 새 시대의 JRPG가 될 만한 작품이 아닐까 감히 말해봅니다.

 

 

 

 

여담

 

⚫  아틀라스 측에서 PS4 자체기능인 스샷찍기를 막아놓은 탓에, 게임 진행 내내 스샷 저장은 불가능합니다.

 

⚫  플래티넘 트로피 획득을 위해선 2회차 진행이 필수입니다.

 

⚫  언급했듯이 주인공의 대답 선택지는 메인스토리에 지장이 없으나 딱 한부분, 스토리 분기가 되는 중요한 점에선 예외입니다. 여기서 선택지를 잘못 선택하면 배드 엔딩으로 직행입니다.

 

여자들을 양다리가 아니라 문어발로 사귀고 다녀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습니다. 도딕적 문란이 심각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