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7년 1월 루리웹에서 작성한 소감글입니다
이 글은 게임의 스토리와 캐릭터의 행적에 대한 누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 중간 중간 게임에 대한 다소 과격한 표현을 썼다해도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임을 염두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팬은 아니지만 PC로 나온 7,8을 플레이했으며 한글화되었던 13은 XBOX 360으로 영문판을 돌려보았습니다.
그리고 라이트닝 사가라는 13편 이후로는 시리즈 중 어떤 것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뭐 그사이 출시된 작품도 몇 개 없었지만요.
...그래서 13 versus로 처음 공개된 후 6년이 지나 정식 시리즈 15로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이 작품. 과연 저에게 어땠을까요.
다른 매체로 나온 작품들
게임 본편에 대해 얘기하기 앖서, 관련있는 두 가지 작품이 게임 외 다른 매체로 나온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2D 애니메이션 브라더후드와 3D 애니메이션 킹스글레이브가 그것인데요. 게임 본편의 세계관과 캐릭터에 대해 미리 알려준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론만 말하자면 전 이것들을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기타 작품을 보지 않고 오직 게임 본편만으로 평가를 내리겠다는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저에게 파판이라는 이름값은 13 이후로 기대치가 매우 떨어졌고, 그래서 굳이 다른 매체까지 찾아가며 감상할 만큼의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스토리가 언제나 중심이며 호평이었던 파판시리즈였던 만큼, 아무런 정보도 접하지 않고 오리지널을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설마 먼저 나온 외전격인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다고 본편 진행에 문제가 있을까 싶었지요.
..그리고 제 예상은 아주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스토리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전 내용누설을 마구 퍼부을 겁니다. 내용에 관한 스포일러 없이 제가 느낀 불합리와 모호함을 표현하기엔 제 글 솜씨가 너무 떨어지거든요.
'결혼을 하기 위해 예비 신부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된 루시스의 왕자 녹티스와 친구들, 그러나 여행 도중 자국 루시스가 세계최강에 위치한 나라인 제국과의 평화협정이라는 이름의 함정에 걸려 부왕이 살해당하고 나라가 멸망직전에 몰린 것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 일행은 일단 나라에서 빠져나온 것들 전화위복으로 여기고 제국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다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라는 것이 초반부의 내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진 괜찮습니다. 결혼식을 위한 길이라는 단순한(?)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나라를 되찾기 위한 대의를 지닌 여행 이라는 목적 변경으로 플레이어와의 공감대를 형성했으니까요.
그런데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 할수록 점차 의문이 가는 것이...
일단 제국의 함정에서 살아남은 장군 중 하나가 주인공 일행을 불러 선대왕의 묘로 데려갑니다. 선대왕의 무기를 모아서 제국을 쓰러뜨리기 위한 힘을 갖추자는 거지요.
“선대왕의 무기? 아 주인공 왕가(王家)가 좀 평범하지 않은 것 같으니 그럴 수 있지”
이것도 납득 가능하고 흥미를 유발합니다. 주인공의 혈통이 범상하지 않으며 거대한 힘을 준다는 점에서 플레이어를 두근거리게끔 합니다. 새로운 힘은 어떤 종류일까 하는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말이죠.
근데 그 다음에 히로인이며 주인공의 결혼 예정이었던 ‘루나프레나’가 주인공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뭔가 슬슬 부자연스러운 바람이 붑니다.
일단 히로인 루나프레나의 직위 랄까? 신분이랄까? 하는 것이 ‘칸나기’라고 나옵니다.
게임 초기에 라디오에서 루나가 취임을 했느니 어쩌니 하는 얘기가 나오면서 루나의 신분이 그렇다는 걸 알려주죠. 문제는
“칸나기? 그래서 그게 뭔데?”
..게임 어딜 봐도 결국 이 칸나기란게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려주질 않는 다는 겁니다. 일본색 명칭이나 스토리, 문맥 흐름상 대충 무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직책인 모양인데, 이게 대체 세계관에서 얼마만큼 중요한 영향을 차지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갖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다음부분까지 이어집니다.
뜬금없이 주인공 일행더러 뇌신의 힘을 받으러 가라 합니다
“엥? 뇌신? 그건 또 뭐야?”
그리고는 육신의 힘을 다 얻어야 한다고 합니다
“엉? 육신? 신이 여섯이란 말이야?
그래야 진정한 왕이 될 자격을 얻는다고 합니다.
”....뭐?“
..초중반의 이런 갑작스런 전개에 내용을 따라갈수가 없게 됩니다. 뜬금없이 주인공 일행이 거인을 찾아가는 거며, 나오더니 뇌신의 힘을 얻느니 어쩌니 하는 거며, 나중에는 육신의 힘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동료들은 이때 마침 설명할 기회라도 왔듯이 육신이 어쩌구 저쩌구, 히로인 곁에 있던 여신관 겐티아나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자신들은 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얘기를 주구자창 꺼냅니다.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이게 어떻게 이해가 됩니까? 최소한 왕가에 그러한 비밀이 있어서 이런 과정을 통해 진정한 힘을 얻을 수 있다 라는 식으로, 누군가가 아무것도 몰랐던 주인공 일행에게 설명이라도 했다면 그나마 공감은 했을 겁니다. 근데 이건 이미 주인공 캐릭터가 모두 알고 있었던 공공연한 세계관의 상식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몰랐단 말입니다. NPC든 어디서든 간에 육신인지 나발인지에 대해 언급조차 없으니 마치 나만 놔두고 지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며 스토리를 멋대로 이끌어가는 느낌이라 이겁니다.
..이 부분부터 저는 스토리에 거리감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파판15는 절 엿먹이는걸 멈추지 않더군요.
중반부 다른 도시로 가면서 드디어 히로인과 만나게 되었는데, 루나는 마침 연설중이며 육신중 하나인 수신을 끌어내기 위한 의식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근데 연설 처음 시작 부분이..
‘우리의 세계는 커다란 위험에 빠졌습니다.’
“뭐 C-bar!?!‘
뜬금없이 점점 길어지는 밤(night)과 그로인해 세계가 위험에 쳐했다는 애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건 평화협정을 핑계로 국가간의 규약을 어기는 제국을 규탄하려는 부분 아니었어? 왜 세계멸망의 위기가 갑자기 튀어나오는데?
...잠깐 얘기를 돌려보도록 하죠. 이 게임 내에선 밤이 매우 위험합니다. 밤이 되면 시해라는 몬스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이 시해 몬스터는 낮에 조우하는 일반 몹들에 비해 렙이 좀 높아서 초반엔 버거울 수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밤이 길어진다는 것은 이 시해들이 활동하는 시기가 길어진다는 것이고, 그것의 인류의 존속에 위험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언제부터?“
게임 내내 밤중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다고만 알려줄 뿐, 이 시해라는 존재들이 세계를 위협할 만큼의 커다란 문제라는 언급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최소한, 주인공들이 다닌 어느 거리에도 위험에 처했다는 긴박한 상황이나 절망적인 모습을 눈곱만큼이라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세계가 위기라고? 참으로 설득력 넘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네요.
그리고 이 발언을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뜬금없이 다음챕터부터 어두운 배경이 늘어나고 종래에는 오직 밤뿐인 세계가 됩니다. 그제야 세계가 위험하다며 불안해하는 NPC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갑자기 들이닥친 거나 다름없는 세계의 위험에 대해 공감도 안 되고 그저 어이가 없습니다.
...결국 주인공들의 주적이 제국에서 ’시해‘로 넘어가게 된 것인데 그러한 변화의 과정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세계가 위기이니 개인적인 원한은 덮어두고 인류 전체를 위해 싸우도록 하자 그렇게 다짐하는 장면 따위도 없습니다. 대체 제국은 뭐였던 겁니까?
앞에 제가 두 가지 애니메이션 작품에 대해 언급했지요. 아마 두 작품에서는 제가 이해하지 못했을 설명에 대해 미리 납득할만한 단서를 제공했을지도 모릅니다. 근데 그게 당연해야 하나요? 게임 본편을 완벽하기 위해 다른 매체로 제공하는 작품들까지 전부 파악하지 못한 저의 책임이라고는 말씀 안하시겠죠? 아니 그럼 안 되죠. 게임 내용은 게임 본편에서 완벽해야 합니다. 다른 작품들이 일부 설정을 추가하거나 첨언할 수는 있어도, 중요한 기본설정을 그 ’다른‘작품에서만 보여준다?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스토리는 진짜 꽝입니다. 스토리 텔링 방식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럼 기본 뼈대가 되는 스토리의 구성은 좋은가? 개인적으로 전 그렇지도 않다고 봅니다.
나라를 잃은 왕자의 이야기는 흔해빠진 기본 베이스니 그렇다 쳐도, 선대왕들의 힘이나 육신이라는 신화적인 존재들의 힘을 얻는다는 내용도 작위적인데다 역시 흔한 요소입니다. 더군다나 제국과 시해 이 두 주적(?)을 보는 초점도 애매해서 결국 타도해야 할 대싱이 희미해짐에 따라 감정이입도 힘듭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챕터 3장 즈음부터 엔딩까지 입에 ”응? 엉? 왜?“를 달고 플레이했습니다. 스토리면에서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매우 불친절하며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캐릭터
루나프레나
일단 그놈의 칸나기란 직책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가 없다보니 그녀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의 이유가 와 닿지 않습니다. 루시스를 위해 주인공을 위해 혹은 세계를 위해? 아 힘내세요. 뭐하자는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정혼자이고 녹티스를 위해 희생한다는 묘사가 있는 만큼 주인공인 녹티스에게 연심이 있다는 것은 알만합니다.
하지만 이 두 캐릭터간에 지극히 깊은 애정이 있다는 표현은 없고 그러한 애달픈 장면은 애당초 나오지 않습니다.
일단 루나프레아를 직접 대면하는 것은 게임 중반이 돼서이고 그 전까지 주인공과 루나의 대화장면이라곤 어릴적 회상 뿐입니다. 어린 여자아이가 더 어린 남자아이에게 존칭으로 대화하는 장면만으로 이 두 캐릭터를 게임의 히어로와 히로인으로 구분 짓기는 굉장히 부족합니다.
그렇기에 루나가 의식도중 최종보스의 칼에 찔려 절명하는 장면이 나와도 적개심이나 안타까움과 분노, 슬픔 등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공감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까놓고 말해 파판7 중반에 사망하는 에어리스처럼 게임 관련 설왕설래를 일으키려고 죽인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캐릭터의 죽음은 억지스럽습니다. 게임 중반에 이르기까지 뭐 한게 없고, 주인공과의 관계설정은 보여준 게 없다시피 하니까요.
복부에 칼이 찔라는 장면의 감상이요?
”어, 죽었네.“
레이브스
..존재 이유가 뭡니까?
처음 이 캐릭터가 게임속에서 등장해 주인공에게 적대하며, 히로인 루나의 오빠라고 할 때 전 혼란스러웠습니다.
”응? 히로인의 오빠인데 주인공이랑 적대를 해? 나라를 배신한 매국노 캐릭인가?“
..물론 이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루나프레야는 애당초 주인공과 같은 루시스 국적이 아니라 제국의 속국중 하나인 다른 나라의 지도자 집안이었으니까요.
근데 왜 게임 초반부터 이런 설정 얘기가 없던 겁니까? 애당초 자기네 나라의 높은 사람도 아닌데, 왕자한테도 대놓고 반말 쓰는 것들이 타국의 무녀 비스무리한 직책에게 극존칭 쓰는 상황이 어색하지도 않습니까?
각설하고 이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킹스글레이브에서 중요한 역이라고 하며 게임에서는 대체 왜 나왔냐 싶을 정도로 비중도 없고 결말부에 진실을 알려주는 부분도 어이를 상실할 정도로 허접한 연출을 보여줬습니다.
글라디올러스
주인공소시지 파티 일원 중 하나입니다. 생김새만으로는 가장 듬직한 큰형 역할을 할 것 같더니 가장 정신연령대가 어린 것 같더군요.
특히 말이 많은, 루나프레야 사망 후 주인공에게 하는 태도는 스토리와 설정 이전에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더군요. 왕이 왕같지 않다고 하는 이유인데 바로 얼마전에 나라가 망하고 아버지가 죽고, 정혼자였던 여자가 눈앞에서 살해당한 사람한테 하는 충고 치고는 너무 적절해서 절로 박수가 나오더군요.
그렇다고 주인공이 충격받고 방구석 폐인이 되어 세상을 저주하고 있는 상태도 아니었지요. 일단 자기 의지로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입니다. 이 캐릭터의 이런 언행은 ’우정‘이 테마라는 본 게임에서 이질적이고 겉돌기만 할뿐 전혀 이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애니메이션 브라더후드를 보면 얘가 왜 이러는지 대충 짐작 가능하다던데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런 점은 오히려 저는 마이너스라고 봅니다.
이그니스
주인공 파티로 비서역(?) 겉보기처럼 냉철하고 이지적입니다. 그나마 캐릭터 중 가장 모나지 않고 믿음직하다고 봐야 할까요.
중반부 루나프레야 사망 직후 이 캐릭터도 부상을 당해 영구히 장님 상태가 되고 맙니다. 아무래도 제작진은 시력을 잃은 큰 부상을 당했음에도 자신의 의지로 여행을 계속하겠다는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면서, 데면데면해진 주인공 파티의 결속력을 보여줬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에는 하아~안참 부족합니다.
프롬프트
파티의 분위기 메이커. 무뚝뚝해질법한 주인공 파티의 대화 흐름을 잘 이끌어가는 역할이라고 봐야할까요. 단순 까불까불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이 미완성 작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해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제국 출신과 마도병 후보라는 뜬금없이 밝혀지는 설정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 소리밖에 안 나오기에 대해 무슨 생각으로 캐릭터 설정을 짠 건지 궁금해지기 까지 합니다.
아딘
대놓고 말해 최종보스입니다. 초반부터 등장해 뭔가 신비한 구석이 있는 캐릭터라는걸 보여주더니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입니다.
...일단 이 캐릭터가 세상을 뒤엎을만큼의 동기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본래 주인공의 조상격이며, 루시스의 다른 국왕들처럼 신적 존재가 될 수 있었지만 자신이 세상에 위헙이 될 시해를 몸에 받아들임으로서 그게 불가능해졌다고 합니다. 즉 자신이 희생함으로서 인류를 구원했지만 그로인해 승천(?) 혹은 우화등선이 불가능해졌다 이거군요. 이건 뭐 화가 날 만은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신적 존재로 승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딘에게 어떠한 의미인지 게임에서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마치 고대 이집트에서 왕이 죽은 뒤 피라미드에 묻히지 못하는 정도라고 봐야 하나요?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가 없는데다 아딘 본인이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겪은건지 아니면 스스로 치욕이라 여기는 삶을 살게 된건지 어느 쪽이든 일단 플레이어가 공감을 가질 만한 요소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세상에 깽판을 치고 다니고 히로인을 살해하는 악행 등을 보여도 그 행동의 원인과 목적의식이 도통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최소한 이유없는 싸이코패스 악당이나 답없는 악질이 최종보스가 아닌한, 최소한 플레이어가 공감가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왕가의 일원으로서 신적존재가 되지 못해서 이런다? 그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합니다. 최소한 이 캐릭터의 과거 행적이라도 표현했어야지요.
녹티스
주인공입니다.
플레이어 감정이입에 방해가 되는 원흉이기도 하죠.
성격은 껄렁하면서도 반항기 있고 소심한 면도 보이는, 일본매체에서 사실 흔한 유형인 주인공입니다.
처음 나라가 멸망하고 부친이 살해당한 직후부터, 주인공은 고대 왕들의 무기를 모아라, 육신을 모아라 등등 기타 캐릭터와 히로인의 지시대로만 움직입니다. 사실 왕자라고 해도 아직 어린데다 워낙 갑작스런 상황이니 이런 끌려다니는 전개도 충분히 납득이 가다시피 합니다.
근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메인 스토리의 주적이 제국에서 시해로 애매하게 이동하다보니 이후 캐릭터의 반응도 얼척이 없습니다. 초반에만 보였던 제국에 대한 적개심도 순식간에 사그라 든건지 제국 재상을 만나던 장군을 만나던 무감각하게 대처하는 등 입장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죠.
이후에도 캐릭터의 감정선은 잘 드러나질 않습니다. 종래에 자신의 죽음이 세상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너무나 여과 없이 이를 받아들입니다. 히로인의 죽음 이후 삶에 대한 갈망이 사라졌다던가 아니면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로 죽음을 받아들이는가 하면 그런 식의 표현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이 캐릭터에게 자유 의지란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메인 스토리 내내 주인공이 무언가를 선택했다는 의지표명 없이 그저 물 흘러가듯 흘러갈 뿐입니다. 원래부터 그런 성격의 주인공이라는 점이 초반에 드러나긴 합니다만 스토리 전개에서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운명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죽음‘ 마저요. 어떻게 이런 주인공에게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겠습니까?
전투
재밌습니다.
적이랑 인카운터 시 매번 화면 전환되던 짜증나는 시간 낭비 대신 바로 전투로 돌입하는 심리스식은 저에게 딱 알맞습니다. 12를 제외하곤 거진 턴제 중심이었던 기존 시리즈와는 달리 시원시원하고 빠른 액션 중심이라 기존 팬들은 이질감을 가질지 모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습니다.
일단 턴제 형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타격감이 주는 적절한 손맛이 쾌감을 줍니다.
아울러 주인공 특유의 시프트 능력은 전투를 빠른 템포로 이끌고 강한 데미지를 선사합니다. 또한 동료들이 어빌리티 콜을 활용하여 전투에 도움을 주기도 하여 주인공 중심으로만 흘러갈 수도 있는 전투 상황을 변화하기도 합니다.
다만 문제점으로 시점이 있습니다. 숲이나 동굴등의 환경에서 전투는 종종 시점방해를 보입니다. 사실 제작진이 테스트를 한건 맞나 싶을 정도로 시점 방해가 시도 때도 없이 번번해 짜증나기까지 합니다.
오픈월드
지난번 리뷰했던 마피아3와 파판15의 공통점이 하나 보입니다. 바로 제작진이 오픈월드 게임을 만들 줄 모른다는 겁니다.
사실 오픈월드를 표방했을 뿐 이 게임은 오픈월드랑 거리가 멉니다. 공간과 이동에 제약이 없으며 자유도가 무구한 ’오픈월드‘ 게임이라고 칭하기에는 좀 제약이 많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월드맵이 존재하며 중간중간 마을이 있고 그 사이 몹들이 즐비하던 예전 파판시리즈를 비롯한 요즘 JRPG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황폐한 맵 대부분의 중간 중간에 잠깐씩 보이는 몹과 반짝이는 아이템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건질 게 없습니다. 퀘스트는 대부분이 거점이라고 불리는 소규모의 마을 비스무리한 장소에서만 한정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마을 밖에서 받는 퀘스트라고는 낚시퀘가 전부이며 결국 탐험을 즐기게끔 하는 모험정신을 불러일으킬만한 요소가 너무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엘더스크롤이나 폴아웃처럼 메인퀘따윈 줘다버리고 온갖 딴짓거리나 하며 시간을 보내도 아무런 제약이나 부자연스러움이 없는 작품들과는 달리, 파판15는 게임 시작부터 동료가 존재합니다. 해서 초반부터 상호작용하며 대화가 가능한 장점이 있는 반면, 메인 스토리를 두고 다른 서브퀘스트나 딴짓만 하는 경우가 설득력 없는 전개가 되기도 합니다. 게임이라는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자유도가 나름 제약이 된다고 할까요.
맵 이동도 그렇습니다. 한번 가본곳을 돈내고 빠른 이동해야 하는 점은 뭐 황당하지만 그러려니 합니다. 하지만 자동차 도로 말고는 이동이 불가한 자동차 시스템은 불편하고 정말 이해가 안갑니다. 나중에 엔딩 이후 자동차가 비행기로 변하는(...) 시스템이 추가됩니다만 실상 별 다를 것도 없습니다. 비행기 이동은 자유지만 결국 착륙은 도로 위에서 해야 하니까요.
음악
괜찮습니다. 거대 몬스터나 수신? 같은 이벤트성 전투에서 나오는 전투음악은 괜찮았다고 기억합니다.
..다만 듣는 순간 괜찮다 정도지 엔딩 보고 나서 따로 찾아 들어볼 만큼의 인상 깊은 음악은 없었다는 게 제 느낌입니다.
멀리 갈 것 없이 파판7만 해도 메인테마나 세피로스 테마, 에어리스 테마 등 주옥같은 음악이 한 두개가 넘습니다. 제가 최악으로 꼽는 파판13만 해도 ’섬광‘같은 전투 테마는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제가 이번 15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이 그 섬광이었습니다. 지겨운 자동차 운전 씬 중 가장 많이 틀어놨던 게 그 음악이었거든요.
총평
두서없는 쓸데없이 긴 장문의 글에서 온갖 불평과 불만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게임을 손댈 가치도 없는 똥쓰레기로 간주할까요?
아니오.
파판15는 분명 플레이해볼 가치가 있는 게임입니다.
액션은 훌륭하고 손맛은 만족스러우며 제작에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게임 곳곳에 묻어납니다.
제 자신이 불만족스러운 성격이나 단점을 유난히 꼬집긴 했지만 충분히 장점도 많은 게임입니다. 견디지 못할 만큼의 수준 낮은 작품이었다면 제가 60시간 이상을 들려 플래티넘 트로피를 따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앞서 줄줄이 언급했던 단점들이 장점들을 상쇄합니다.
누가 보기에도 이 게임은 완성도가 부족한 미완성 게임입니다.
적어도 ’파이널 판타지‘ 브랜드에는 턱없이 부족한 작품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파판 13이후로 기대치가 저 용암 밑바닥까지 떨어진 저의 기준으로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