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만러의 게임이야기

프로불만러의 ZENITH 소감

잡게왕 2024. 5. 20. 06:52

이 글은 2017년 1월 루리웹에서 작성한 소감글입니다

 

 

 

 

 

이 게임은?

 

역시 들어본 적 없는 인피니곤이란 제작사의 게임입니다. 혹시 몰라 찾아보니 이곳...인디 제작사입니다. 기술면에서도 금전적인 쪽에서도 한참 부족한 곳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럼에도 한글화까지 완료되어 PC용 뿐만 아니라 PSN에까지 정식발매 되어 올라온 이 작품, 과연 어땠을까요?

 

 

스토리

 

황제가 직접 찾아올 정도로 커다란 프로젝트를 맡던 주인공, 고마법사 아르거스 윈델이 프롤로그 7년 만에 동네 약제사로 전락한 이후 일어나는 모험(?)이 주된 이야기입니다. 7년 동안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이후 주인공을 찾아온 파란머리의 여행가 덕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가 스토리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 게임의 스토리의 특징은 무엇보다 유머입니다.

첫 시작부터 포위된 주인공이 노래 부르는 테너 거미로 인해 탈출하면서 이 게임이 범상치 않은 유머 감각을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위 이미지와 같은 구수한 욕지거리나 시니컬한 대사에서 나오는 비꼼과 언어유희도 나오며 작중 인물의 표현대로 한순간이라도 진지할 수 없는 주인공 아르거스의 성격상 여기저기에 냉소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 일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 스토리가 전부 유머로 시작하여 개그로만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공의 이상한 행보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뒤의 내용을 뒷받침 해주는 복선이나 설정도 나름 아귀가 딱딱 들어맞습니다.

 

인류가 멸망에 위기에 봉착한 상황의 스케일 커다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인공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토리이기에 정리되지 않을 만큼 판을 키우지도 않고, 게임 스스로가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느낌입니다. 개성 넘치고 유머 있는 캐릭터들이 가벼운 분위기와 험께 얼핏 무거워질 수 있는 게임의 흐름을 밸런스 좋게 맞춰줍니다. 세계관 설정 상 처절하고 참혹한 상황이 될 수 있는 스토리의 클라이맥스도 게임은 자신의 개성을 잊지 않았다는 등 훈훈한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결말까지 유도합니다.

훈훈함에 대해선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 못하지만 꽤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아무리 갈라져도 결코 선은 넘으려 들지 않는 캐릭터들의 우정과 사랑이 보였다고 할까요.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명작 급의 스토리와 텔링을 보여준다는 것은 아닙니다. RPG 왕도의 흐름을 살짝 비튼 전개와 나사 빠지고 혹은 세간에 닳고 닳은 캐릭터들이 매력적일뿐, 기타 명작 게임의 스토리와 나란히 설 정도는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유명사가 등장해도 그 의미를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는 내용전개와 무리하게 세계관을 확장하지 않고 모나지 않게 매듭까지 지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을 뿐입니다. 최소한 모 작품의 펄스의 팔씨의 르씨가 코쿤에서 퍼지 보담야...

 

또한 스토리 전체적으로 유머 쪽에 좀 더 비중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후반부분의 진지함에서 유머스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이왕 개성적으로(?) 스토리를 짤 거면 더욱 우스꽝스럽게 결말을 마무리 지어도 어중간한 진지함보다는 괜찮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 또한 한글화 성과가 매우 뛰어납니다. 인디게임사에서 대충 번역기로 돌려놓고 한글화 했다고 하는 곳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맛깔난 번역 표현이 아주 일품입니다.

 

 

 

게임플레이와 그래픽

 

..일단 인디 쪽인 만큼 기술력이 필요한 이 부문에서 다른 게임과 같은 잣대로 이 작품을 평가하는 것은 불공정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제가 인디게임 쪽에 딱히 기준을 갖고 있는 게임도 없고, 사실 요즘은 인디쪽에도 괴수가 많아 그 퀄리티가 놀랍기까지 하기에 딱히 구분 짓지 않고 제가 느낀 대로 떠들어보고자 합니다.

 

 

제니스의 게임성은?

 

마아아아아안히 떨어집니다.

 

장르상 RPG로 구별되고 있는데 정확히는 핵 앤 슬래시 액션에 가깝습니다. 디아블로와 녹스 같이 말이죠.

하지만 제니스를 위와 같은 작품들과 비교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20년 전에 나온 디아블로1과 비교해야 어울리지 않나 싶을 정도로 제니스의 플레이 재미는 떨어집니다.

제가 느낀 점들을 짚어보자면..

 

프롤로그 부분에선 적들이 쉽게 썰리는 반면, 초반부터 밸런스가 이상해져 갑자기 적들이 강해지거나 혹은 뜬금없이 약한 적들이 나오는 등 난이도 조정에 의문이 갑니다.

주인공은 불속성, 물속성, 대지속성 등의 무기를 가지고 속성에 맞춰 장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 적의 속성이 뭔지 모르니 그냥 아무거나 공격하여 데미지 높은 쪽을 골라 사용해야 합니다.

주인공에게 공격을 당해도 적들은 딜레이없이 같이 공격을 합니다. 즉 나도 때리고 너도 때리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강한 데미지를 주는 적일 경우 물약공세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이건 오직 전투 쪽에서 겪은 작은 불만들일 뿐입니다.

 

이 게임은 던전을 돌아다니며 적들을 죽이는 재미인 핵 앤 슬래시의 장점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던전은 똑같은 배경의 연속이고, 모험은 지겨우며, 무개성한 몹들의 향연입니다.

 

 

제니스에는 스토리상 따라다니는 동료가 있습니다.

 

위와 같은 매력적인 말버릇을 지닌 캐릭터인데요. 사실상 게임 내 동료라고 하긴 민망한 조력자입니다.

스토리 대부분을 함께하고 던전 내에서도 따라다니긴 하지만, 육성 요소도 없고 전투에도 도움이 전혀 안됩니다. 가령 주인공의 공격력이 200~300정도라고 치면 이 캐릭터의 공격력은 1~5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몹들도 적으로 인식 안하다보니 탱커 역으로도 쓰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결국 주인공 혼자 돌아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수준...

 

이 외에는 딱히 뭐라 평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아무튼 인디게임 답다면 인디게임 다운 요즘 시대에 나온 게임으로서는 많이 부족합니다.

 

 

 

조잡한 인터페이스

 

말그대로 조악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게임 메뉴에서 옵션이라곤 언어 설정이 전부입니다. 그 흔한 밝기 조절과 음악 볼륨 조절도 없습니다. 플레이 중간중간 배경음이 지나치게 커서 좀 줄이고 싶어도 PS 자체의 볼륨을 줄이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습니다.

 

 

 

 

보시다시피 게임 플레이 중 포즈 메뉴를 통해 볼 수 있는 선택은 3가지 뿐입니다.

장비, 능력트리, 메인메뉴.

 

..옵션을 건드리려고 여기서 메인메뉴를 고른다?

 

진행상황을 저장하지 않고 종료할 경우 진행상황은 삭제됩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따위의 요즘 게임들에선 지겹게 느껴질 질문이 얼마나 친절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해줍니다.

 

메인메뉴를 누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타이틀 메뉴로 이동합니다. 그 사이 저장하지 않은 부분은 싸그리 날아가 버리는 거지요.

 

 

저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게임은 세이브 포인트가 따로 있습니다.

월드맵에서 조차 세이브가 안 되고, 여기저기 존재하는 파란 크리스탈 비슷한 것과 상호작용을 해야 세이브가 가능합니다. 월드맵 곳곳에 여관이 존재하는데 오직 돈을 내고 방을 빌려야 세이브 포인트 있는 방이 열립니다. 망할...

다만 스토리 진행시 여기저기 적당한 곳에 놓여 있기에 세이브 포인트가 자주 없다고 불평할 정도는 아닙니다.

 

또한 참고로 이 게임에서 메뉴 이동은 아날로그 스틱으로만 가능합니다. 십자키는 물약의 단축키 용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이브 화면에서 십자키를 눌렀다가 물약을 써버리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게임중이 아닌 세이브 화면에서요!

 

 

그래픽?

 

위 이미지는 게임의 월드맵입니다.

 

...실제 게임 내에서 저렇게 깨끗하게 보이는 경우는 드뭅니다. 일단 저 월드맵 화면에선 떨어질려는 프레임을 억지로 부여잡는 느낌이라 물결현상이 상당합니다.

 

 

이게 실게임 화면에 가깝습니다

애당초 이런 인디게임에서 대단한 그래픽을 바란 건 아니지만 프레임 쪽은 저로서도 용납이 좀 힘듭니다.

레이저 함정 같은 특수효과나, 적들 머릿수가 늘어날 경우 프레임이 곤두박질치기에 게임 플레이가 매우 번거롭습니다.

 

로딩도 잦은 편입니다.

월드맵에서 적과 조우시, 마을에 들어갈 때, 마을에서 특정 장소로 이동할 때 등등 매번 로딩 화면을 보아야 합니다. 로딩 자체가 크게 긴 것은 아니지만 게임의 그래픽이나 스케일을 고려해 비교해보면 아쉬운 수준입니다.

 

 

자네 어드벤쳐 만들어보지 않겠나?

 

줄줄이 불만을 토로했듯이 제니스의 게임성은 제게 만족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한 가지 의문인 것은 왜 이런 장르를 택했을까요?

 

제니스의 스토리는 핵 앤 슬래시 장르하고는 잘 어울리는 편이 아닙니다. 최소한 제 생각 에는요. 왜 유머가 쉽게 받아들여지고 플레이에 잘 어울리는 어드벤쳐 장르, 특히 고전풍의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쳐 게임 쪽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의문입니다.

실제로 게임 내내 등장하는 퍼즐이나 주위 아이템과 상호작용을 해야 넘어가는 부분들은 이런 고전어드벤쳐 게임의 향기를 진하게 풍깁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지만, 요즘 게이머들에게 관심을 끌기 힘든 어드벤쳐에서 경로를 틀어 액션을 만들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비교적 최근 발매된 어드벤쳐 게임인 북 오브 언리튼 테일즈도 나름 괜찮은 평가를 받으며 선전한 걸로 아는데, 괜히 어설프게 다른 장르로 밀어붙이지 않고 어드벤쳐를 노려봄직 하지 않았나 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최소한 차기작은 어드벤쳐 장르로 발매하는 것을 기대하고 싶습니다.

 

 

총평

 

 

 

쉽사리 다른 분들께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2만원 가까운 가격대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인디 제작사라는 걸 감안할 때 살짝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약간 과한 가격이라고 봐야할까요.

버그도 많고 개중에는 진행 불가능한 경우도 가끔 있었습니다.

 

굳이 말씀드리자면, 바닥인 게임성을 감안하고도 게임에서 유머 넘치는 스토리와 쾌활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보고 싶으시다면 해볼 만은 하다고 하겠습니다. 일반인 기준보다 웃음 기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 저조차도 기상천외한 발상에 몇 번 웃음을 터뜨렸으니까요.

 

 

여담

 

게임 내 패러디가 산적합니다. 서양 물에서 흔한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를 포함하여, 드래곤볼, 파이널판타지, 바이오쇼크, 위쳐,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등등.. 엄청 납니다.

 

 

위 이미지의 캐릭터와 캐릭터의 대사가 어느 작품에서 비롯된 것인지는..다들 아시리라 봅니다.

 

대략 5,6시간이면 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PS4 기준 L1버튼으로 현재 목표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월드맵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땐 헤메게 되는데 보통 목표를 보면 목적지의 위치가 어느 방향인지 나옵니다. 가령 북동쪽 어디라던가

 

저용량 게임이라선지 플래티넘 트로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북 오브 언리튼과 던전스2, 그리고 이 작품은 H2에서 유통한 서양쪽 작품입니다. 각각 장르가 다르지만 스토리에 유머가 들어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던전스2 유머는 좀 억지로 쥐어짜는 느낌이 강하지만 H2쪽 유통담당에서 이런 스토리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군요.

 

PSN 스토어에서 제니스(영어)로 표기되어 있는데..한글 맞습니다. PSN 관리 좀 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