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에버 어고는 2026년 10월 8일 발매와 동시에 게임패스에 등록된 인디게임이다.
2026년 3월 엑스박스 파트너 프리뷰에서 첫 공개되었던 바가 있다.
얼마 전, 엘리베이터 전광판에서 이런 문구를 읽은 적이 있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이에게 최악의 위로는 '빨리 떨쳐내라' ]
.. 같은 내용의 문구였다.
왜 이게 최악의 위로인지, 그럼 최선의 위로는 어떤 것인지 그 전광판에선 알려주지 않았다.
말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스치면서 읽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기 때문에 그게 광고였는지, 혹은 기사였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다만 저 한 줄이 뇌리에 남았을 뿐.
그런데 왜일까.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잠깐 지나갔던 그 문장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게임의 도입부는 중요 요소인 사진 찍기와 더불어 배경에 대해 알려준다.
오래전 풋풋한 학생이었던 남녀 한쌍이 어떤 이들이었는지,
그리고 그 둘이 현재 어떤 모습이 되었는지.
주인공이자 플레이어블 캐릭터 알프레드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시작점이다.


인디게임이라면 빠질 수 없는 유통사, 안나푸르나가 퍼블리싱 한 또 다른 작품이다.
제작사는 서드 시프트(third shift)라는 인디 스튜디오인데,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한다.

알프레드는 아내 오드리와 함께 했던 추억을 돌이켜보고자,
또한 아내의 마지막 부탁으로 홀로 낡은 벤을 끌고 여행을 다니고 있다.


여행 중에서 과거와의 고리를 발견하고 회상에 들어가고 추억에 젖기도 하지만,
이 아름다운 추억은 어둡고 차가운 심연으로 귀결된다.
이는 알프레드의 아내에 대한 죄책감이나 혹은 미련이 표현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다른 게임이었다면 저런 분위기 전환으로 게임의 장르가 뒤바뀔지 모르겠으나,
다행히도 이건 그런 게임이 아니다.



추억을 되새김질하기 위한 여행이었지만, 노인이 된 알프레드에겐 쉽지 않은 여정이다.
야속하게도 세월은 너무 지나버렸고,
세상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추억을 되살리는 사물은 잊혀 퇴물이 되었고
시대를 따라잡지 못해 QR코드조차 찍지 못하는 노인인 주인공은
이제 많은 것이 낯설기만 하다.
반려를 떠나보낸 지 한 달도 채 넘지 않은 유족.
그 상처받은 마음과 날뛰는 감정선
투덜거리다 못해 애꿎은 사람들에게 꼬장을 부리기까지 하지만
어찌할까. 사람들은 그의 사정을 알리가 없으니.


예상치 못한, 정확히는 반갑지 않은 동행이 생기고
설상가상 밴은 고장이 나면서 여행은 점차 어려움에 빠져든다.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
실의에 빠져 여행을 중단하려는 상태일 때, 좋은 인연을 만나 마음가짐을 새로 한다.
계속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소위 꼰대부리던 노인네의 모습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어른스러움을 보여준 소녀 샘의 영향으로
변화한다. 아니, 알프레드의 원래 인격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었을까.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다]
주인공 알프레드가 겪는 여행의 정중앙을 꿰뚫는 말이며,
우리에게도 교훈이 되는 문장이다.
동양에도 진인사대천명이란 한자성어가 있듯이 말이다.
알프레드가 반려를 잃는 과정부터,
여행 내내 자신의 바람대로 되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 이겨내며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인생의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기도 한다.
이 게임은 만인에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바로 얼마 전에 게임플레이 다운 요소가 부족하면서 고득점을 받았다고 지탄을 받았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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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으로 말해 이 '포에버 어고'에 비하면 '믹스테이프'는 게임성이 충실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 게임은 딱히 바쁘게 컨트롤러를 다룰 요소가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주인공 알프레드를 움직이며 상호작용이 가능한 장소에서 상호작용하고,
이동할 장소에 이동하면 끝.
소위 '워킹 시뮬레이터'라고 불리는 장르라고 불러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첨언하자면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사진을 찍는 요소가 있긴 한데.. 이걸 '게임 플레이' 요소라고 부를 수 있을지 애매하다.
다만 게임플레이 요소가 적다고 해서 무조건 내려치기 할만한 게임도 아닐 것이다.
애초에 그런 게임을 추구하는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하지도 않았을 테니.
누군가를 이를 통해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
공감을 할 수도 있고,
살짝 거창하게 말해 깨달음을 얻을지도 모른다.
게임 곳곳에 존재하는 읽을거리는 제작에 공들인 흔적이 보이며,
뜻을 명확하기 전달하기 위해서인지 번역에도 힘을 쏟아 거슬리는 점이 보이지 않았다.
에필로그 전에 나오는 크레디트를 보니, 한국어 번역에만 무려 3명의 인력을 넣은 듯했다.
인디 제작사가, 그것도 요즘 범람하는 AI 번역을 하지 않고 이렇게 현지화에 애를 쓰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최근에 가까운 이를 잃었던 나는 이 게임에 위로를 받지는 않았다.
고인과의 관계도, 잃었던 과정도 많이 달랐으니까.
하지만 다른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상실의 시기가 올 때 무너지지 않도록.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그래도 좋은 부분은 반드시 온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