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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불만러의 리마스터드 어드벤쳐 소감 上-그림 판당고

잡게왕 2024. 5. 20. 07:55

 

 

 

 

 

 

 

 

루카스 아츠. 고전 어드벤쳐 게임의 명가이자 자존심. 지금은 이미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제작사입니다. 제 자신에게도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이, 오직 게임이라곤 닌텐도만 알던 어린 시절, PC게임의 재미를 선사해준 제작사이기도 했지요. 영어 실력이 형편없어도 원숭이섬의 비밀이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등 루카스 아츠 굴지의 어드벤쳐 게임 시리즈들을 재미있게 즐기곤 했습니다.

 

 

 

 

 

 

그림판당고는 어떤 작품이었나

 

 

마우스만으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루카스 아츠 특유의 SCUMM 엔진은 어드벤쳐 게임의 특성에 아주 적합했고 엔진 최종작인 원숭이 섬의 저주는 그 편리함과 재미는 극에 달했습니다.

그럼에도 만족하지 않은 루카스 엔진은 마우스만으로 할 수 있었던 SCUMM엔진에서 벗어나 1998 GrimE엔진으로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것이 이 그림판당고입니다이 작품은 해골을 희화한 기억에 남는 캐릭터와 기발한 세계관, 매력적인 설정 등으로 손꼽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실 마우스만으로 진행이 가능했던 전 게임들에 비해 키보드로 방향을 조정하고 위쪽 키로 직선으로만 이동 가능한 그림판당고는 조작감 쪽에선 영 반갑지 않았습니다. 예전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생각하시면 상상이 가능한 조작입니다.

거기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인지도가 최악일 정도로 낮은데,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개발사의 이전 작품이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원숭이섬의 저주’는 한글화까지 되어서 발매했는데, 이 작품은 영문판 그대로 국내에 출시 되버린 것이지요. 구입할 당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국내 게이머들에게 더욱 안타까웠던 것이 그렇게 비한글로 발매된 그림판당고가, 하필이면 최고의 어드벤쳐 게임 리스트에 늘 꼽히곤 하는 최고의 명작 급이라는 것입니다. 어드벤쳐 장르 특성상 내용이 중요한 만큼 한글이 안 된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죠. 저 역시 한글화였던 원숭이섬3 이후 이 게임을 하니 맥이 빠져 오리지널 플레이 당시 도저히 엔딩까지 가질 못했습니다.

 

 

 

여담으로 내리막길을 걸어가던 어드벤쳐 장르는 이 작품을 끝으로 거의 침체기에 빠지게 됩니다. 최고의 작품이라고 손꼽히는 작품이 아이러니 하게도 이쪽 장르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 셈이랄까요.

 

 

리마스터!

 

 

 

2015년 오리지널이 발매된지 17년만,에 루카스 아츠가 공식적으로 문닫은지 2년만에 이 작품은 리마스터가 되어서 출시됩니다. 본래 루카스 아츠 출신인 개발자 팀 셰퍼가 창설한 개발사 더블 파인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사업이었지요. 저작권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된 모양입니다.

 

 

 

리마스터 이후 물론 그래픽 쪽에서 많은 발전을 했고, 음악도 오케스트라로 작업하는 등 세심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또한 커서가 등장해 포인트 앤 클릭으로 고전 어드벤쳐처럼 마우스 기용을 하여 조작이 쉬워진 면도 있습니다.

 

어쨌든 17년만의 새로운 변화로 PC판 뿐만 아니라 IOS같은 스마트폰용에 플포, 비타로도 출시가 되었습니다. 묘한 건 엑스박스 쪽으로는 발매가 안 되었다는 건데요. 일본게임도 아닌데 이런 발매 플랫폼은 좀 드물어서 궁금하긴 합니다. 참고로 앞에 언급한 조작이 쉬워졌다는 부분은 PC판 한정이고 마우스가 없는 플포판이나 비타용은 해당이 안 됩니다.

 

 

스토리

 

 

 

 

이 게임의 설정은 남미의 사후세계관에서 기인합니다. 현세에서 죽은 자들은 사신들에 의해 이 게임 속의 세계인 죽은 자의 땅(8세계)에 도착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제 9세계라고 불리는 사자들의 땅에 도착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주인공 마누엘(속칭 매니) 칼라베라는 사신으로서, 여기서 사신이란 현세에서 죽은 자들을 데려와 그들의 생전의 모습을 평가해 4년간 여행에 적절한 교통편을 제공하는 여행 에이전트 같은 직함입니다. 평생 남에게 베푸기만 햇던 이들에게는 4분만에 사자의 땅에 도달할 수 있는 9호선 티켓이 주어지고 그 아래로는 유람선, 자동차 등등의 교통편이 있습니다. 뭣 같은 인생을 보냈던 이들에게는 지팡이 하나 내주고 4년 동안 죽은 자의 땅을 통과하는 험난한 여행을 보내게 됩니다.

주인공으로서는 9호선 티켓을 받을만한 선인들이 주요 고객인 셈인데, 언젠가부터 하나같이 좋지 않은 교통편의 고객들만 자신들에게 배정되고, 사내 라이벌인 도미너 헐리에게는 초호화 급의 고객들이 모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해고 위협까지 들은 매니는 도미너의 고객 한 사람을 자기 앞으로 빼돌리지만.....

 

 

고대 아즈텍의 사후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든 설정이라는데 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점에서는 신과 함께 같은 작품에서 나온 한국 사후세계관과 비슷한 부분도 보입니다.

거기다 보통 무섭게 묘사되곤 하는 사신도 비즈니스맨이라는 현실적(?)인 요소로 표현이 된 점도 꽤 특이합니다. 거기다 루카스 아츠 특유의 언어유희나 코미디가 들어간 전개는 일순 칙칙하게 보이는 분위기를 쇄신하기도 합니다. 솔직히 스토리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이니 딱히 불만이라 할 건덕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굳이 언급하자면 초중반에 비해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의 스케일이 너무 작다는 것 정도인데... 이건 루카스 아츠 어드벤쳐 게임 대부분의 특징이라 단점이라 하는 것도 뭐하군요.

 

 

난이도

 

 

 

최근 어드벤쳐 제작사로 각광받고 있는 텔테일 게임즈 역시 루카스 아츠의 남은 직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워킹 데드 시리즈가 높은 평가를 받고 그 외에도 괜찮은 작품들을 많이 제작하는 중이죠.

그리고 여기 작품들은 정통 어드벤쳐하는 약간 진로를 달리합니다. 아이템과 상호작용하고 직면한 문제들을 도구로 해결하는 방식보다는, NPC들의 상호작용과 대화선택지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요. 달리 말하면 루트에 따라 달라지는 내용이 중요할 뿐 게임 클리어 하는데 어려움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 판당고는 후기작이라고 해도 여전히 정통 어드벤쳐를 표방하는 게임입니다. 기상천외한 아이템 조합과 이용의 범위는 예전 게임들 난이도 못지 않죠.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쳐가 생소하고, 텔테일 발매 어드벤쳐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퍼즐난이도가 좀 어려울 수가 있습니다.

 

한 가지 팁이라면, 바로 목표입니다. 주인공 매니가 현재 처한 상황에서 해야 할 목표를 플레이어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일단 1회차에서 공략 없이 클리어할 생각이시라면, 캐릭터와의 대화나 컷신을 스킵하는 걸 지양하시고 차분히 주인공에게 필요한 성과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죠. 일단 그 부분만 정확하다면 돌아다니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대충 감이 잡힐겁니다.

 

 

단점

 

 

명작 게임의 리마스터라도 단점이 없을 수는 없지요.

 

 

조작. 앞서 언급한대로 PS4판에선 마우스용 커서가 없기에 포인트 앤 클릭 형식의 빠르고 간편한 조작이 불가능합니다. PS4에 마우스 연결한다고 커서가 뜰지는 모르겠네요.

다만 리마스터 이후로 새로운 조작방법이 있긴 합니다. Tank’ 컨트롤이라는 기존의 화면 전환에 직선으로만 이동하던 방식을 제외하고, ‘Camera-relative’ 라는 단순 스틱만으로 캐릭터를 이동시킬 수 있는 새로운 조작방법입니다. 방향을 잡기위해 굳이 캐릭터를 한바퀴 빙 돌릴 것 없이 바로 이동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아이템 상호작용 방식. 이건 리마스터판만이 아닌 오리지널 때부터 있던 문제인데요. 일단 아이템 근처로 플레이어 캐릭터를 이동시키면 캐릭터가 아이템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이때가 아이템을 인식한 상황인데, 이게 좀 불편합니다. 이때 화면에서 알 수 있는 거라곤 주인공의 고개짓뿐이니 인식할 아이템이 있는 건지 아닌지 모호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아이템이 2종 있는 이상의 경우도 그렇고요.

 

오토 세이브 없음. 게임 시작하자마자 알려주는 내용입니다만, 이 게임은 오토세이브 기능이 없습니다. 일단 메인 메뉴를 통해 언제라도 세이브가 가능하니 틈틈이 저장을 하시는걸 권합니다. 중요 이벤트나 컷신 나왔다고해도 자동 저장 기능이 없으니 자칫하다간 진행상황을 날려먹는 수가 있습니다.

특히 튕기거나 하는 일이 잦은 PC판의 경우 꽤 불편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저는 PS4판을 하면서 한번도 튕기거나 프리징을 경험한 적이 없었습니다.

 

캐릭터 모션 스킵 불가. 이건 대단한 단점은 아니고 제 개인적인 불만에 가깝다고 봐야 할까요. 일단 캐릭터들의 대사는 빠르게 넘기는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모션을 취하면서-가령 고개를 젓는다던가-하는 대사는, 대사 자체는 스킵이 되지만 모션은 그대로 행하므로 결국 걸리는 시간은 동일합니다. 대사는 없어지고 떠드는 캐릭터 혼자 무음으로 모션만 취하는 꼴이 된다고 할까요.

특히 게임 내내 주인공과 함꼐 다니는 글로티스 캐릭터가 그렇습니다. 모션이 딜레이가 커서 대사를 스킵하거나 말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죠.

 

키 배치. 이건 한국게이머들만의 불편이랄까요. 서양겜 기준이다보니 X가 선택, O가 취소입니다.

기본적으로 X는 아이템 줍기, 아이템 사용, 대화 등등 거의 모든 기능을 담당하는 버튼입니다.

네모 키는 보기 기능입니다. 아이템이나 인물을 보면 주인공의 평가나 느낌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필수적인 경우는 드뭅니다만 듣는 재미가 나름 있습니다.

세모 키는 아이템 항목입니다. 진행시 아이템이 필요할 때면 아이템 창부터 열어 필요한 아이템을 골라야지요. 이 아이템 창에서도 네모 키로 보기 기능이 가능합니다.

동그라미는 기본적으로 별 쓸 일이 없습니다만-아이템 잡기라도 설명서에 있지만 대게 X키로도 가능하다보니-예외적으로 특정 아이템을 집을 때 필수적입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이요? 바로 ..!사실 이것 외에 다른 단점들은 소소한 불평사항에 불과하지요. 어드벤쳐의 꽃은 스토리와 연출이거늘 한글이 아니다! 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기 힘든 상황이지요. 국내 PSN에 올라왔음에도 한글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일어자막까지 나오는 판국에!

 

 

총평

 

 

이제는 하는 사람만 하는 장르인 어드벤쳐입니다.

 

그리고 제가 부연설명을 할 것도 없이 이미 정평이 난 작품이기도 하고요.

 

한글이 아니라도 개의치 않는다는 분,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싶으신 분들께나마 한번이라도 권하고 싶은, 그런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