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GOTY, 올해의 게임 상을 받은 그 작품을 기억하실 겁니다.
바로 발더스 게이트 3입니다.
TRPG라는 최근 사람들에게 점차 익숙해지지 않은 장르임에도,
주사위를 이용한 많은 분기와 사람들에게 계속 신선함을 준 다양한 루트로 많은 게이머들의 입방아에 오르 내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여름, 우리나라 게이머들 사이에서 입소물이 돌기 시작한 게임이 하나 생겼는데,
이름 하여 활협전(活俠傳, Legend of Mortal) 입니다.
대만의 단 두 명의 개발자로부터 시작한 인디 게임으로,
아직까지 무협이라는 세계관에 익숙한 한자 문화권에 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단 영어 번역조차 되지 않아 발더스 게이트3와 같은 글로벌 흥행을 이룰지는 미지수인 시점입니다.
(한글이 있으나 번역기를 활용한 비공식 패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이 게임을 높이 평가하는 점은 게임이 쉽고 접근성이 매우 편한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일단 비주얼 노벨을 베이스로 잡았기에 게임의 시스템이 복잡할 일도 없고, UI가 익숙해져야 할만큼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발더스 게이트3 같은 명작이라도 TRPG의 어려움에 익숙치 못한 사람이 있는바,
반면 이 게임은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보통 미남 주인공으로 시작하는 클리셰를 뒤집어 세상에 보기드문 추남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운 위험적인 도전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오히려 게임의 매력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게임은 스토리가 매우 중요하므로 이와 관련되어선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습니다만,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거부감이 들어 이 게임을 저어한다면 매우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잘 짜여진 스토리고, (대표적인 무협 작가) 김용의 작품들이 떠오르는 만큼 무협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남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은 불완전 하다는 것입니다.
제작진 두 명 중 하나가 병환에 시달렸고, 그로 인해서인지 게임은 정식 출시가 되었지만 아직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가령 등장하는 히로인 중 오직 세 명만이 개별 엔딩이 존재하고, 그 마저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듯한 아쉬운 부분이 있어 차후 업데이트가 필요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위 스샷에 나오는 단체전 같은 경우 재미가 있다고는 차마 변호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본래 메타포가 발매하면서 그쪽을 집중적으로 플레이할 생각이었는데, 의외의 복병에 걸려 주말을 같이 보내게 되었습니다. 다행인 점은 전혀 불만족스럽지 않고, 시간을 투자할만한 게임을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주사위로 루트를 정하는 부분에선 몇 년전의 디스코 앨리시움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며 그 만큼 텍스트량이 많지는 않으나, 읽으면서 즐거운 부분도, 우스운 부분도, 안타까운 부분도 넘치는 한편의 무협지를 읽은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