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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불만러의 리마스터드 어드벤처 소감 下-텐타클 최후의 날

잡게왕 2024. 5. 20. 08:02

 

 

 

 

 

 

 

텐타클 최후의 날은 루카스 아츠의 1993년 출시된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원제목이 Day of the Tentacle 인데 왜 최후의 날이라는 제목으로 출시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매니악 맨션(Maniac Mansion)이라는 작품을 아시나요? 무려 1987년 루카스 아츠가 제작한 어드벤쳐 게임으로 최초 발매 기종이 무려 애플II 였습니다. SCUMM 엔진으로 만든 최초의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지요. 고전 어드벤쳐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잘 쓰이는 포인트 앤 클릭 인터페이스 역시 최초로 쓰인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죠. 국내는 90년대에야 공포의 저택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내용은 한 매드 사이언티스트 프레드 에디션이라는 과학자의 집 옆에 운석이 떨어졌는데, 이 운석의 영향을 받아 더 싸이코가 되버린 프레드 박사가 인간의 뇌를 연구한답시고 치어리더인 샌디를 납치합니다. 샌디의 남자친구인 데이브가 친구 두명과 함께 저택에 잠입해 샌디를 구출해야 하는 내용입니다.

어떤 절대적인(?) 존재의 영향을 받아 이상해진 한 가족의 집안에서 여자를 구출해 낸다는 것이 어째 요즘 나온 바이오하자드7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입니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텐타클 최후의 날은 바로 이 매니악 맨션의 후속작입니다. 전작 매니악 맨션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죠. 나름 호러 느낌이 섞였던(물론 코미디적인 모습이 있던) 매니악 맨션과는 달리 텐타클은 코믹 요소가 강화되고 호러요소는 전혀 없는 일반적인 어드벤쳐 게임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코즈믹 호러라는 나름의 개성이 퇴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작 텐타클은 깨끗한 그래픽에 1993년이라는 시대에 풀음성 지원 등으로 큰 인상을 남겨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쳐 시대에 거론되는 명작 중 하나라고 봐야할 정도이지요.

 

 

 

 

리마스터드

 

 

그림판당고와 마찬가지로 더블 파인에서 리마스터판을 출시했습니다. 역시나 PS4판과 비타용으로도 출시가 되었기에 플스유저가 손쉽게 고전명작의 재탄생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해상도로 올라간 그래픽이나 인터페이스가 다소 변경되었고, 게임 시작시 개발자 코멘터리가 수록되는 버전을 플레이 가능하게 해놨습니다.

 

 

 

 

 

스토리

 

 

매니악 맨션으로부터 5, 프레드 박사의 애완 촉수(?)인 퍼플 텐타클은 프레드 박사가 스스로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자처하기 위해(...) 만든 폐수장치에서 나오는 폐수를 마시게 됩니다. 페수를 마신 퍼플 텐타클은 신체적으로는 두 팔이 돋아났고, 정신적으로는 인류멸망과 세계정복의 야망을 꿈꾸는 슈퍼 빌런이 되고 맙니다. 이를 목격한 또다른 애완 촉수 그린 텐타클은 친구 버나드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냅니다. 5년전 매니악 맨션 때 샌디를 구하기 위해서 왔었던 이들 중 한명인 버나드는, 이번엔 자신의 친구 두명과 함께 매니악 맨션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뭔가 정신없고 얼척없게 보이는 스토리 같은데 원래 그렇습니다(...)

 

프레드 박사는 퍼플의 이상함을 눈치채고 붙잡아놓지만, 아직 사정을 잘 모르던 멍청한 버나드가 와서 퍼플을 풀어주게 되고 세계는 점차 퍼플의 야망 아래...

결국 프레드 박사는 모든 사건의 원흉을 제거하기 위해 주인공 일행을 과거로 보내 폐수 생성 장치를 끄게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타임머신의 연료로 쓰이는 다이아몬드를 짜가로 쓴 탓에 부작용이 발생해 한명은 200년전 과거에, 한명은 그대로 현재에, 또 한명은 200년 후의 미래로 가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입니다.

 

 

 

 

게임 플레이

 

 

매니악 멘션처럼 이 게임에선 3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있습니다. 각각 과거, 현재, 미래에서 동분서주해야 하는 상황이죠. 이렇게 세명의 플레이를 오가면서 궁극적으로 세계를 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00년전의 과거는 독립선언서를 작성하는 시대가 배경으로 무려 현장에 조지 워싱턴이나 토머스 제퍼슨 같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나오는 내용들이 또 코믹합니다.

반면 200년 후의 미래는 텐타클에게 인류가 애완동물 수준으로 지배당하고 있는 미래입니다(...). 미래 시점의 캐릭터는 주인 텐타클 없이 버려진 인간으로 취급되고 수용소에 갇힌 상황이 됩니다. 여기서 벗어나는 방식도 게임의 묘미입니다.

현대에선 주인공이 각기 200년 전, 200년 후로 날아간 친구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 이번에는 짜가가 아닌 진짜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어야 하는데..

 

시간대가 다른 캐릭터들이지만, 타임머신의 능력으로 서로 아이템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게 큰 특징이면서 게임을 위해선 필수적인데, 필요한 아이템이 그 시간대에 없다면 다른 시간대에서 공수해야 하기 때문이죠.

 

또한 시간이 차이난다는 점을 이용한 플레이도 필요합니다. 살짝 예를 들자면 현대 기준으로 200년 전의 과거에 있는 와인을 어딘가에 보관해두고, 200년 후의 미래의 캐릭터가 그걸 얻을 경우 와인이 발효가 되어 식초가 됩니다. 이런 식으로 서로 바로 아이템을 주고받는 경우 외에도 시간의 흐름을 이용해 아이템을 변형시켜 주고받을 수가 있습니다.

 

 

 

 

난이도

 

 

시간대가 다르다 뿐이지 결국 하나의 건물만이 배경이기 때문에 스케일이 큰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캐릭터들끼리 아이템을 주고 받는 기능만 제대로 숙지하고 있다면 사실 크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퍼즐은 없는 셈입니다.

 

다만 루카스 아츠 어드벤쳐 특성상 기상천외한 해결법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말그대로 이거저거 다 시도해볼 필요성은 있습니다. 이런 포인트 앤 클릭형 어드벤쳐에서의 정석이 필요하지요. 모든 캐릭터에게 말걸기, 모든 물건을 집어보기, 모든 아이템을 조합해보기.

이것저것 해보다보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음으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대략 짐작이 갑니다.

 

 

 

 

단점

 

난이도 부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게임의 배경은 한 개의 여관에 불과합니다. 과거 시점, 미래 시점에선 배경 자체가 많이 달라지긴 하지만 어쨌든 스케일 자체는 작다고 봐야겠지요.

 

스케일이 작은 만큼 플레이 타임도 긴편이 아닙니다. 공략을 볼 경우 최소 2시간 이내에 엔딩까지 직행입니다. 공략을 보지 않는다면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

 

역시나 가장 큰 문제점은 비한글이라는 거죠.

 

그림판당고 이후로 리마스터 된 작품입니다만, 그림판당고와 달리 국내 PSN에는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구입을 위해선 결국 북미 PSN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지

 

 

 

 

총평

 

 

 

그림판당고와 텐타클 최후의 날.

두 가지 리마스터된 루카스 아츠 태생의 어드벤쳐 게임. 어드벤쳐 팬이라면 실망을 안할 작품입니다만, 비한글화에 거기다 하나는 비정발까지.

그래도 제게 있어선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고 최근에 가장 자주 했던 게임들입니다. 이런 어드벤쳐게임들이 앞으로는 더 자주, 또한 한글로 자주 찾아와줬으면 하는게 팬의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