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기회 | 게임패스 |
한글화 여부 | O |
설치 용량 | 약 51기가 |
해롤드 할리벗(Harold Halibut)은 2024년 4월 발매한 게임이자 동게임의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독일 인디게임 제작사의 작품으로, 초기 아이디어는 2012년 친구들과 스톱 모션을 활용해 게임을 만드는 방식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이후 2017년 게임 제작 티저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업로드했고, 7년의 세월을 거쳐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발매와 동시에 게임패스 데이원으로 제공되었으며, 스팀 같은 다른 플랫폼에도 출시되었습니다.
여기서 스톱 모션(Stop Motion)이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실 분들이 계실 텐데, 문외한인 제가 간단히 설명하자면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의 하나로, 정지 영상을 단계적으로 촬영하여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사진이나 객체를 조금씩 움직이고 그 사이에 촬영을 반복함으로써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지요. 스톱 모션은 클레이 애니메이션과 같은 형태로 많이 사용되며, 이 외에도 종이, 인형,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월레스와 그로밋(Wallace & Gromit)이 있습니다.
이 방식의 단점은 제작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는 것으로,
해롤드 할리벗 역시 11년이 넘는 시간이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세트와 인형, 오브젝트들은 전부 제작자들이 직접 제작했다고 합니다. 다양한 캐릭터의 인형을 만드는 데만 10kg의 점토가 사용되었으며, 세트를 만드는 부분은 무료 50kg 이상(!!)의 점토가 필요했다고 한다.
게임의 방식과 스토리에 대해
일단 게임의 배경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냉전을 피하기 위해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아가 어느 행성의 바다에 다다른 우주선. 도시 규모의 우주선은 그대로 바다에서 수중도시가 되었고, 그로부터 200여 년이 지난 후, 과학자의 조수로 일하고 있는 해롤드 할리벗, 우리의 주인공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게임 방식은 주인공 해롤드를 조종하여 진행하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상하좌우로 거침없이 이동 가능하며, 달리기 기능도 있어 움직임이 생각만큼 느리지 않습니다. 고전 클릭 어드벤처 게임이 떠오른달까요.
캐릭터의 표정묘사는 아무 세밀하진 않지만, 성우의 음성연기가 이를 보완해 줍니다. 아무래도 점토 인형으로 세세한 감정묘사까지 연출하기는 힘들었겠지요.
다만 아쉬운 점은 이 게임이 어드벤처 게임으로서의 가진 성취감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해롤드 할리벗의 전개는 단순합니다. 공책이 지시하는 목표로 이동하고, 목표와 대화하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게임 내내 난관은 존재하지 않으며, 아주 간단한 퍼즐조차 전무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저 캐릭터의 말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하면 됩니다.
이런 플레이 방식은 빠른 진행과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는 게이머에게는 호재일지도 모르나, 어드벤처 장르를 좋아하고, 특히 고난도의 퍼즐로 이야기를 장식했던 고전 어드벤처 게임의 팬인 저에게는 그렇게 장점으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특정 구간을 통과하면서 얻는 쾌감과 충족감을 주지 않으니, 게임을 클리어하는 만족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나 할까요.
게임의 스토리텔링 방식도 위의 전개에 맞춰 나갑니다. 어떠한 사건이 발생해도 게임의 분위기가 반전될 만큼 거대한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평이하고 동적인 흐름을 시종일관 지켜 나갑니다.
스포일러가 될지 몰라 언급하기 살짝 망설여지는데, 한마디로 줄이자면 이 게임 속에서 주인공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어떠한 폭력행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만큼 말초신경을 자극할만한 분위기와 연출 또한 찾아보기 힘들며, 사람에 따라 심심하다 못해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무언가 거대한 비밀이 도사리고 있을 거라 기대하게 만드는 전개를 보여주지만, 거기서 도달하는 결과물에 모든 게이머가 만족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어디선가 이 게임을 '고전 어드벤처와 바이오쇼크의 만남'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본 것 같습니다. 하나 제가 보기에 바이오쇼크와 해롤드 할리벗의 공통점이라곤 무대가 수중도시라는 점 하나뿐입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아리송했던 점은 주인공입니다. 이 게임의 스토리는 우주선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과 동시에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를 엮기도 하는데요. 성장을 하지 않은 주인공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게임 내 취급이 매우 박합니다.
자기주장이 없다시피 하고, 주위에선 망상론자 취급받거나 말썽쟁이로 괄시받으면서도 상당히 수동적인 모습에 플레이어는 잘 몰입이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게임 막바지에 이르러선 그나마 활약을 좀 하고, 자기주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어디까지나 엔딩 직전인 최후반의 이야기. 진정 주인공이 성장을 한 것인지, 성장이라는 이름의 도피를 선택한 것인지 개인적으로 모호하기만 했습니다.
많이 아쉬웠지만
게임 곳곳의 디테일을 보면 제작진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게임입니다. 게임 1개를 제작하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을 상상해 보면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로요. 그렇기에 기대가 큰 만큼, 제 개인적인 기대와는 엇갈린 게임의 모습에 아쉬운 소리를 조금 길게 늘어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제 볼멘소리는 그저 참고사항으로 넘기시고, 한 번쯤 이 게임을 시도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BM 우선의 제작환경이 판을 치고, 게임 속에서 까지 경쟁에 내몰리는 현대에,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런 게임을 해보시는 것도 숨 돌리기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게임을 권하고 싶은 분
- 선정적이고 파괴적인 분위기에서 살짝 벗어나 평화정적이고 느긋한 힐링을 원하시는 분
-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폭력적인 게임에서 잠깐 거리를 두고 싶으신 분
- 해저도시 속에서 벌어지는 흔한 인간관계와 그를 벗어나는 신비한 체험을 기대하고 있으신 분
도전과제 난이도
- 한 번 놓치면 재시작을 하지 않는 한 취득이 불가능한 도전과제가 존재함.
- 대부분은 스토리 상 자동취득 가능하나, 몇 도전과제는 특정인물과의 대화 등을 거쳐야 취득이 가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