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7년 2월 루리웹에서 작성한 소감글입니다
신 하야리가미? 게임 제목을 처음 들은 게 사실 작년이었나,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즉 이 시리즈 자체를 알게 된 것이 얼마 안 되었지요. 그래서 구 시리즈라던가 바로 전작이라던가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상당히 인상깊었던 전작의 대표 이미지입니다. 이걸 보고 여자가 눈을 잃었다? 피가 튀고 살이 잘리는 복수극이다? 등등의 망상을 이어오다가 PS4로 나온 후속작 에서야 시리즈를 직접 접하게 되었네요.
이 게임은?
텍스트 어드벤쳐? 비주얼 노벨? 뭐라고 표현하든 간에 이 게임은 역동적으로 패드 버튼을 두드릴 필요 없는, 손맛이라곤 존재하기 힘든 장르입니다. 시나리오를 읽고 거기에 재미를 느끼는 게이머들을 위한 작품이죠. 텍스트 어드벤처가 마이너 장르인 국내 게이머들에게 참 호불호가 갈릴 걸로 예상합니다.
주인공 호죠 사키(이름변경 가능)은 형사로, 담당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조사하면서 이 사건들이 전부 도시괴담과 연관된 사건임을 알게 되고, 그 뒤쪽에서 모든 것의 원흉인 흑막에 가까워 간다...라는 것이 스토리입니다.
한마디로 무서운 소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형사 이야기라고 볼 수 있지요. 단순히 소문으로만 떠돌던 괴담이 현실로 나타나 잔혹한 풍경을 선사하는 공포물이기도 합니다.
말했듯이 사건’들‘이라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 파트로 나뉘어 다른 사건들을 조사하는 스토리며 총 5부로 나뉘어있습니다.. 크게 외전도 포함시키면 6부이지만 스케일은 다른 파트에 비해 작은 편입니다.
또한 이 도시괴담에 근거한 사건들을 오컬트적인 관점에서 수사하느냐 과학적인 관점에서 수사하느냐에 따라 루트가 나눠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것만 보면 게임을 공포물로서 진행할 것인가 추리물로서 진행할 것인가 하는 선택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공포물로서
...글쎄요? 일단 오컬트 루트도 가든 과학 루트로 가든 이 공포물스러운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저는 겁이 상당히, 아니 엄청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요즘 장안의 화제인 바하7을 하다 그만둔 것은 안자랑 그런 저조차 공포나 긴장감을 크게 느끼지 못한 작품이 이 신 하야리가미 2 였습니다.
듣기로 전작은 고어물에 가까운 잔인하고 엽기스러운 문장과 일러스트로 팬들의 호불호를 갈랐다는데, 이번 작은 그런 고어적인 부분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역겹고 징그럽게 보일 수 있는 묘사나 그림이 존재하긴 하지만 제가 볼 땐 (여타 다른 공포게임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스토리 중간중간 분위기를 완화시키려는 배려인지 개그스러운 부분이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계속되는 긴장감의 피로에 젖는 상황을 피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좋은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스토리상 4부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진행하면 이게 좀 과한(...) 상태랄지, 하야리가미라는 그릇에 개그라는 물이 지나치게 들어가 넘치는 상황이 옵니다. 일반적인 텍스트 어드벤처라면 허용범위 일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은 공포와 긴장감이 메인 재료가 아니었던가요. 아무리 똑같이 도시괴담을 소재로 한 사건(?)이라 해도 그 분위기와 전개방식은 기타 시나리오와 괴리감이 지나쳤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공포물로서 이 게임은 그냥저냥인 수준입니다. 스스로 겁이 많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호재일지도 모르겠군요.
추리물로서
앞서 언급했듯 루트에 따라 딱히 한쪽은 공포물, 한쪽은 추리물 이렇게 딱딱 스토리가 갈리진 않습니다.
위의 이미지를 다시 인용하자면, 셀프 퀘스천이라고 해서 시도 때도 없이 지금까지의 사건 경과를 자문하는 선택지 내용이 나오고 이에 맞는 답을 선택하는 게 게임의 추리과정입니다. 사실 난이도가 낮아 잘못 선택하는 경우도 많지 않고, 틀린 답을 선택하면 저 왼쪽 위의 셀프 퀘스천이라고 영어로 쓰인 부분이 붉게 변하기 때문에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이것 말고도 용의자를 취조하는 라이어즈 아트라는 설정이 있습니다.
라이어즈 아트는 주인공의 능력(?)으로 용의자를 심문하는 방식입니다. ...사실 미니게임이라 하기도 민망한 수준인 그냥 선택지 선택에 불과한 시스템입니다. 적합한 선택지를 택해 왼쪽 게이지가 오를 경우 사건 진행이 원활해지며, 실패할 경우 보통 배드 엔딩으로 직행입니다. 다만 특정 파트에선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전개도 존재합니다.
또한 사건이 종결에 다다를 경우 추리 로직이라 하여 각각 인물에 해당하는 정답을 맞혀 사건의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저 인물 아래에 넣을 수 있는 단어들은 게임 플레이 도중 얻을 수 있는 소재들로, 선택지에 따라 얻을 수 있거나 혹은 놓칠 수도 있습니다.
이게 보기보다 맞는 결론을 내는 기준이 엄격한데 한 2,3개 정도 잘못된 단어를 넣을 경우 ’부‘가 뜨면서 바로 배드엔딩으로 직행합니다. 그러니 스토리를 정독하면서 적합한 단어를 얻고 입력하는 게 클리어에는 필수적입니다. 아니면 루트반복을 여러 번 하거나
다만 텍스트 어드벤처의 한계 상, 추리에 쓰일 정황증거나 물질적 증거를 직접 모으는 것이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의 주도가 아닌 게임의 흐름에 의해 맡겨지다 보니 추리물로서는 좀 흥이 떨어집니다. 가령 최근에 나온 셜록 홈즈 게임 시리즈의 ’죄와 벌‘이나 ’악마의 딸‘ 같은 어드벤처 추리물과는 장르가 다름에도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되더군요.
자신이 직접 증거를 채집한다는 모험심을 자극하는 요소 없이 그저 내몰린 상황 속에서 결과가 뻔한 추리 결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공포물이든 추리물이든 간에
오컬트 루트로 가든 과학 루트로 가든 실질적으로 크게 변하는 것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니 일단 시나리오 전개는 바뀌긴 합니다만 사건해결방식에 다소 차이가 날 뿐 범인이나 기타 주변인물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즉 이 루트에서는 범인(犯人)이었던 인물이 다른 루트에서는 그냥 범인(凡人)에 불과하다....같은 루트에 따른 다른 결말은 존재하지 않다는 겁니다. 흑막은 여기나 저기나 똑같은 흑막입니다.
또한 과학 루트가 오컬 루트에 비해 싱겁다는 느낌도 있는지라 이래서 굳이 루트를 나눌 필요가 있었는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곤 하더군요. 저 역시 동감입니다.
두 번째 불만점은 카타르시스의 부재입니다.
주인공이 겪게 되는 사건들을 어쨌든 결론을 도출해 내고 범인을 잡게 됩니다. 하지만 그 사건들의 결론은 대부분 하나의 ’흑막‘이라는 조직의 존재감을 드러낼 뿐, 사건이 완전히 ’낙착‘되었다! ’ 낙착‘되었다!라는 내용이라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간단히 얘기하자면, 1부에서 4부까지 사건을 해결해도 진정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입니다. 실행범은 잡았으나 그 뒤의 조종범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느낌이라던가, 미스터리 한 도시괴담은 여전히 도시 속을 활보한다는 결말이라던가 시원섭섭하지도 않고 그냥 찜찜한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최종장인 5부에서는 모든 사건이 끝맺음 짓나? 아닙니다. 비교적 훈훈하고 따뜻한 결말과는 별개로 여전히 스토리의 진정한 종결은 나지 않습니다. 즉 신 하야리가미2라는 작품이 신 하야리가미3가 될지도 모를 후속작의 통관절차에 지나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게 풍깁니다.
이렇다 보니 게임 플레이 내내 추리를 하든 결론을 내든 사건을 해결한다는 쾌감을 느끼기 힘듭니다. 원래 이런 게임이다! 라면 할 말은 없지만 기껏 사건을 해결한다는 게 고작? 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시스템과 한글화
선택지나 셀프 퀘스천의 자문대답 또한 라이어즈 아트를 어떻게 해결했나에 따라 사건 결론 후 나오는 랭크가 달라집니다. S랭크가 최고랭크이고, 트로피를 취득가능하지만 게임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배드 엔딩에 갈 경우 대부분 D랭크 고정입니다.
..엔딩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게임은 배드엔딩이 무수히 많습니다. 약 80여 개 수준으로 라이어즈 아트를 실패하거나 추리로직 실패, 재수없으면 선택지를 잘못 택해도 배드 엔딩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 배드엔딩 대부분이 주인공이 참혹한 결과를 맞게 되는 것이니 썩 기분 좋지는 않습니다. 다만 선택지 배드엔딩 중 일부는 어이가 없거나 웃긴 내용도 들어가 있긴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웃긴 엔딩은 좋다 치더라도 끔살 수준의 참혹한 엔딩은 좀 억지스러운 게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 싶을 정도입니다. 이런 엔딩들을 피하면 조심스럽게 플레이하면 되지만 트로피를 다 모으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전부 봐야 합니다 제길!!
하지만 배드엔딩에 직면한 상황임에도 재시작을 할 필요가 없다는 데 이 게임의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분기 트리입니다.
메인 메뉴에서 분기 트리에 들어가면 게임오버 당했던 곳에서 바로 재시작 할 수 있고, 다른 부분을 다시 보고 싶다 할 때도 언제든지 들어가 다시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분기트리의 편의성은 자신이 어떤 루트로 들어섰는지 확인을 해줄 뿐만 아니라, 선택지에서 자신이 어떤 대답을 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으며, 다른 선택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을 가능하게 해주기에 올 클리어 플레이에 아주 유용합니다.
이런 루트 분기 시스템으로 이 게임에선 굳이 수동 저장을 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자동 저장으로 대부분이 분기트리에 기록될 뿐만 아니라 게임 스토리 장면들을 워낙 세세하게 나눴기에 자신이 보려는 장면까지 오래 SKIP을 해야한다..는 불편함도 없습니다.
또한 한글화도 훌륭합니다. 일본식 표현들을 국내에 맞게 잘 바꿔주었고, 단순히 게임 내 텍스트만 바꾼 것이 아닌 배경 일러스트의 일본어까지 한글로 바꾼 정성에는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무음성?
제가 플레이 시작하면서 가장 놀란 점은 이 게임의 등장인물 대사에 음성이 없다는 겁니다.
아니 콘솔씩으로나 나오는 텍스트 어드벤쳐 면서 음성도 없어? 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아마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이나 캐릭터에 대한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이끌기 위해 음성을 넣지 않은 모양인데, 글쎄요
호죠 사키, 여자, 형사, 20대 후반, 끔찍한 사건을 겪고 트라우마 있음, 성실하고 냉철함.
주인공 이름이 변경 가능하긴 합니다만, 이름 변경만으로 이미 개성이 딱 자리 잡은 주인공을 플레이어와 동일화시키기엔 무리가 아닐까 싶은데요.
더군다나 CG일러스트에 은근히 주인공 얼굴이 많이 나오는지라 여타 플레이어 생성 캐릭터처럼 전면에 보이지 않고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는 클리셰와도 거리가 멀고요.
거기다 주인공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등장인물들에게도 음성이 없다는 건 살짝 인상에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공포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 피해자의 비명과 범인의 괴성이 실제로 들리는 것과 텍스트로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겁 많은 저라면 음성이 들어갔을 경우 공포감이 더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설마 그걸 배려해서?
루트 레터와의 비교
잠깐 여담으로 똑같이 한글 정발된 텍스트 어드벤쳐인 루트 레터와 비교를 해보지요.
선택지를 통해 상대방을 압박하는 비슷한 시스템 등등 의외로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아무리 그래도 이 작품의 압승입니다.
일단 루트레터는 스토리가 파멸적입니다. 구제의 건덕지가 저언혀 보이지 않습니다. 호러 루트는 어이가 없고 SF 루트는 기가 막히고 트루 루트도 작위적입니다. 그냥 인간쓰레기들의 향연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직접 포인터를 움직여 화면상 여러 부분에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그를 통해 협박(?) 소재를 알아낼 수 있는 점, 그것이 루트 레터의 유이한 장점입니다. 갠적으로는 신 하야리가미에도 이런 시스템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음성입니다. 하야리가미와는 다르게 음성이 있고 성우 연기는 나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이 장점을 제외하면 루트 레터는 많이 불만족스러운, 달리 말하면 꽤 황당한 작품입니다. 시마네 현을 관광상픔 홍보로 하기 위한 작품이라고 해도 질이 너무 떨어집니다. 이런 작품을 관광 홍보로 내세운 저의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네요. 정식 유통한 신세계게임즈에 동정이 갈 지경입니다.
결론만 내자면 신 하야리가미2 승!입니다. 비슷한 장르라 선택에 어려움이 있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할 정도입니다.
총평
이 소감글 작성에 망설인 이유가 딱 하나 있는데, 제 자신도 이 게임에 만족스러운지 불만족스러운지 갈피를 못 잡았다는 겁니다.
그래도 그나마 만족스럽다 쪽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최종화의 훈훈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곤 합니다. 시원스럽고 깔끔하게 결말을 짖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삭막하고 음산하게만 이어지던 분위기를 어떻게든 일소 시키고 해피 엔딩 비슷한 결말에 도달하게 되었으니까요. 이러쿵저러쿵 해도 차기작이 나오면 구입 할 수밖에 없을 듯싶은 게이머의 숙명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