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BOX 게임이야기

스타워즈 아웃로 - 유비소프트의 보이지 않는 희망

잡게왕 2024. 9. 19. 03:19

발매일 2024년 8월 30일
제작사 유비소프트
한글화 여부 O
설치 용량 약 62.3GB(XBOX 기준)

 

 

비디오 게임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오랫동안 오픈월드 게임의 명가로 자리 잡았던 유비소프트가 현시점 위기에 봉착한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어쌔신 크리드, 레인 보우 식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IP를 소유한 유비소프트는 2010년대 까지는 승승장구 했으나,

다른 회사에 비해 유독 짧았던 개발기간을 거쳐 1,2년 주기로 AAA 대작을 몇 개씩 뽑아냈고, 이런 대량 양산의 결과는 퀄리티의 저하로 가져왔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유비식 오픈월드'는 칭찬이 아닌 폄하와 비아냥의 표현이 되었고, 점차 매출 면에서 큰 적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 내부에서도 성추문 사건 등 사건이 벌어져 능력 있는 것으로 알려지던 인재가 법적 처벌을 받거나, 직접적인  피해자로 공표되지는 않았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퇴사하는 등 프로듀서 같은 주요 인력에 구멍이 생기고 맙니다. 연쇄효과로 아래 있던 일반 직원들도 사건으로 실망을 해서인지, 아니면 (아직도 회사에 남아있는 걸로 추정되는) 잠재 용의자에 학을 떼서인지 많은 수가 사직을 하게 됩니다.

 

이러이러한 결과로 인해 발표했던 게임들을 취소하고, 올해 공개한 스컬 앤 본즈의 처참한 실패 등 유비소프트의 앞날은 전혀 밝아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런 유비소프트에게 올해 발매하는 게임 두 가지, 이 스타워즈 아웃로와 11월에 나올 예정인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즈에 회사의 명암이 걸려있다는 것은 완전히 과장된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유비소프트로서는 유감스럽게도, 스타워즈라는 이름값은 예전만 못합니다. 아시다시피 디즈니가 루카스 필름을 인수한 이후부터 공개한 스타워즈의 신작 영화나 드라마는, 팬으로서 분개스럽게도 예전  시리즈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작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디즈니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관리는 스타워즈 팬 다수에게 거부감, 심하게 말하면 불쾌감까지 선사했고 이런 디즈니 산하의 스타워즈 IP를 빌려 나오는 미디어믹스 작품에도 팬들은 이전만큼 큰 과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유비소프트가 어쌔신 크리드 2 등으로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을 때, 디즈니가 아니라 루카스아츠과 같이 스타워즈 게임을 제작한다고 했다면 두근거렸을 제 자신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유비도 스타워즈도 예전의 그때가 아니니까요. 정확히 말하면 잘 나가던 때가 아님은 물론, 양쪽 다 저무는 해에 가까운 상태라고 봐야겠지요.

 

뭐 그런저런 이유로, 어디까지나 개인의 느낌이지만 이 게임의 공개 때에도 심정은 나오나 보다~ 정도였답니다.

 

 

 유비소프트의 구독 서비스인 '유비플러스'를 한달 신청하면서 며칠 더 빨리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계속 불안정한 행보를 보이는 곳에서 풀패키지 가격으로 게임을 구매하기 망설여지는 데다, 특히 유비소프트는 요즘 게임 가격을 많이 올려서 파는지라 나름 알뜰하게 살자고 내린 결정이었답니다.

 

 

유비플러스를 구독한 제 결정은 헛수고가 아니었을까요?

 

 

사실 전체적으로 게임이 그렇게 나쁜 인상은 아니었습니다. 환경 그래픽도 나름 준수한 편이고, 돌아다닐 수 있는 행성 수는 한정적이지만 나름 개성이 확고해서 구경하는 맛은 제법 있었습니다.

 

스샷으로는 잘 표현이 안되지만 눈 내리는 행성에서 가만히 서 있어도 운치 있는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게임의 장점 중 하나를 우주선 조종이라고 꼽고 싶습니다.

스타필드에서 빼먹은 대기권 돌파 등등 우주뽕을 채월줄만한 연출을 넣었고, 우주에서 돌아다니는 조각감은 매우 편하고 가벼웠습니다.

 

묵직한 면이 없다던가, 아케이드 게임 같이 너무 단순하다며 싫어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게는 스타워즈 전투에 가장 어울리는 플레이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스킬을 익히면 사용 가능한), 위로 크게 돌아 뒤에서 쫓아오는 적 우주선의 뒤를 잡는다던가 하는 방식은 영화 주인공이 쓸법한 멋진 재주라 인상 깊었습니다.

 

 

이 게임의 또 다른 장점은 유비소프트 특유의 단순함입니다.

단순한 게임이라는 게 뭐가 장점이냐?라고 반문할 말하지만, 간략한 시스템과 원활하고 가벼운 플레이를 선호하는 플레이어에게는 나름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매 분기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복잡하고, 익숙해지기까지 오래 걸리는 시스템을 갖춘 게임도 적지 않으니까요..

 

총질형 어쌔신 크리드라는 표현이 마냥 틀린 게 아닌 듯, 이 게임은 무기가 총일뿐 어쌔신 크리드와 큰 차이가 없긴 합니다. 요컨대 '유비식 오픈월드'의 연장선이긴 합니다만 그 밀도에서 얼마나 차이를 주느냐가 문제겠지요.

 

그런 면에서 스타워즈 아웃로의 오픈월드 플레이는.. 썩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작사는 스타워즈의 팬들을 의식한 듯 영화 세트와 비슷한 모습을 구형하기도 하고, 카메오나 지나가는 모습으로나마 원작 캐릭터를 등장시키기도 했습니다. 스타워즈 팬이라면 이 정도라도 반가워할만한 모습이었습니다.

 

팬서비스를 별개로 보고라도, 맵에 등장하는 서브 퀘스트나 스승 퀘스트 등은 유비식 오픈월드 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편에 속했다고 생각합니다. 시나리오 상 영화 트릴로지의 중간에 자리 잡은 게임의 배경이, 영화와 엇갈리지 않도록 세계관을 보여주며 원작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었거든요. 

 

단순하게 어디 가서 누굴 죽이고 와라 등으로 간단하게 끝나지 않고, 얽히고설켜 이어지는 서브 퀘스트도 호불호가 다소 갈릴 순 있지만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느낀 장점에 대해 대충 이야기해 봤으니, 단점을 말할 때가 드디어 왔군요.

 

일단 스타워즈를 배경으로 만든 게임에서 라이트세이버, 즉 광검을 무기로 쓰지 못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불이익이 있지요. 

 

물론 과거에 다크 포스 등 광검을 쓰지 않는 순수 FPS 스타워즈 게임도 있긴 합니다. 다만 이건 컴퓨터 그래픽으로 광선검을 잘 표현하지 못하던 시대상의 한계일 뿐, 이후 후속작인 다크 포스 2 제다이 나이트에서 어설프게나마 광검을 구현하게 됩니다.

 

스타워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광검'이라는 스타워즈의 아이콘을 떠오르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이 요소를 빼놓고 게임을 개발하는 일은 잦지 않습니다. 최근에 나온 '폴른 오더'와 그 후속작인 '제다이 서바이버'만 보아도 그렇지요.

 

 

 

그런데 아웃로는 어떨까요?

 

일단 주인공이 제다이로 성장하는 것은 원작 설정상 불가능에 가까울뿐더러, 소위 무법자라는 소제목을 달고 나온 게임에서 갑자기 포스 유저 루트를 타는 것도 영 부자연스럽긴 합니다.

 

그런 이유로 주인공의 주 무기는 총, 스타워즈 용어로 개인용 블래스터 하나뿐입니다. 적이 떨어뜨린 총기를 주워서 쓰는 능력도 있긴 하지만, 탄환이 떨어지면 못 쓰는 일회성일 뿐, 게임 내내 주인공의 주 무기는 위쪽 이미지에서 보여주는 저 권총 하나뿐입니다.

 

권총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전기발사용으로 바꾸면서 바리에이션을 늘릴 수는 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무기가 1개인 것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주 무기가 하나라는 점은 액션의 활용도가 넓지 못하고, 한정적이라는 결론이 되지요.

 

 

패기 있게 제국의 신병 모집을 방해하고 있는 주인공의 스토리상 이벤트... 는 당연히 아니고, 오픈월드에서 그냥 플레이어가 연출한 장면입니다. 어찌 보면 이것도 오픈월드의 자유도라고 볼 수 있으나,  스토리 상, 설정 상,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만한 짓을 플레이어가 저질러도 게임이 아무런 제지도 없는 점은 분명히 플레이어를 맥 빠지게 하는 요소입니다.

 

아울러 사람들이 많이 지적하는 자유도. 즉 게임 제목을 무법자로 정해놓고 일반 시민들에게 총을 쏘거나 탈 것을 탈취하거나 하는 GTA 식 범죄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타워즈 설정의 GTA 같은 게임은 영 낯설게 느껴져 개인적으로 크게 단점으로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만, 게임이 '무법자'로서의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한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퇴화하는 주인공의 외모...

 

게임 플레이의 주 흐름은 잠입과 액션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사실 메인 스토리의 대부분은 잠입으로 시작해서 잠입으로 끝나죠. 이중 일부는 들켜서 알람이 울리는 즉시 미션 실패가 뜨는 경우도 있습니다. 근데 그 잠입에서 쓰이는 방식이 대부분 반려동물인 '닉스'를 이용해 적을 유인하거나 시선을 돌리는 정도입니다. 그 외에 다른 방식은 찾을 수가 없어요.

 

잠입 자체도 그냥 몸을 숙이고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기에, 반복적이고 진부합니다. 게임을 진행해도 잠입에 큰 도움이 되거나 큰 변화가 되는 새로운 기믹도 생기지 않기에 게임의 단순함이 부정적인 면모로 돌아오게 됩니다.

 

 

적에게 들키지 않았을 때 일격에 제압할 수 있는 테이크 다운.. 일반 적들을 한 주먹에 때려눕히는 것은 플레이 진행방식이 시원스럽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장한 스톰트루퍼를 맨 주먹으로 기절시키는 모습은 좀 맥 빠진 연출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배트맨 아캄시리즈의 박력 넘치는 테이크 다운에 익숙해져 있다가 이걸 보면... 한숨이 살짝 나올 정도지요.

 

스토리 진행에 따라 스킬을 얻으면 테이크 다운이 불가능한 적들에게도 사용가능한 전기봉을 얻게 되는데, 차라리 이걸 처음부터 사용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유비소프트답지 않은, 번거로운 불편함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최근 어쌔신 크리드의 경우에는 신뢰의 도약을 한 번이라도 했던 장소에는 무조건 빠른 이동이 가능한 편리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웃로는 이상할 정도로 빠른 이동 포인트를 주지 않더군요.

오픈월드로 표현한 행성 하나의 크기가 그렇게 작은 편이 아님에도, 굳이 스피더를 타고 돌아다니는 불편함을 감수하게끔 만들었습니다.  행성당 많아야 3개 정도가 빠른 이동 포인트의 전부이고, 각자 꽤 큰 거리를 두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플레이어로서는 어디에 이 빠른 이동 포인트가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처음 플레이 시에는 공략을 보지 않는 한, 무작정 필드를 헤매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몇몇 사이트에서도 언급되었던 저장 문제.  유비 측에선 선택지를 바꾸는 경험을 플레이어에게 가볍게 주고 싶지 않다는 둥 이상한 변명을 늘어놓던데 제 관점에서도 이건 마이너스 요소였습니다. 잠입 플레이에서 발각 시 게임오버 같은 불이익을 수시로 주는 게임에서 뜬금없이 수동 저장을 막아놓다뇨.

 

이 정도 버그는 애교로 보인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 게임의 선택지의 결과는 대부분 클랜의 호감도 차이로 바뀝니다. 이 게임에선 총 4개의 대형 범죄 조직이 등장하고, 주인공은 이들에게 의뢰를 받는 것이 의뢰 퀘스트입니다. 여기서 의뢰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거나, 뒤통수를 쳐서 라이벌 클랜의 호감도를 높이고, 의뢰주 클랜의 호감도를 깎아먹는 짓을 할 수가 있죠.

 

그런데 이 클랜 호감도 자체가 많이 번거롭습니다. [좋지 않음]에서 바로 [좋음]으로 호감도가 이동할 정도로 중간이 없어요. 만약 '좋지 않음' 상태의 호감도인 클랜 영역에 들어갔다 눈에 뜨이면? 바로 공격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덤벼대는 클랜 잡병들을 처리하면? 또 호감도가 떨어지지요. 귀찮은 연쇄작용에 말려들어갑니다.

 

물론 이런 식의 평범한(?) 클랜원 학살 만으로 호감도를 밑바닥까지 떨어뜨리긴 힘들고,  귀찮더라고 조금만 의뢰를 받다 보면 모든 클랜의 호감도를 최고점까지 찍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해서 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가령 스토리 선택지 내가 특정 클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하듯이 강제적으로 그 클랜의 수장이 등장해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제작사가 정말 진지하게 이 클랜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의구심을 갖게 만듭니다.

 

의구심은 엔딩에서도 풀리지 않은 채, 결국 이 클랜 시스템은 스토리 진행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심심한 결론만 나게 됩니다.

 

 

... 간단히 클리어 소감만 적을 뿐이었는데 이것저것 살이 붙여져 글이 좀 길어졌네요.

 

제가 스타워즈 팬이기에 스타워즈 아웃로를 좀 더 높게 쳐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게임과 동일선상에 비교되고 있는 아바타: 프런티어 오브 판도라 역시 해본 적이 있었지만, 너무 재미가 없어서 중도하차해버리고 말았거든요. 그런데 아바타 쪽이 더 낫다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어쩌면 제 자신도 '팬심'이라는 부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는지 모릅니다. 혹은 스타워즈 세계관은 그나마 잘 표현해 준 게임에게 저도 모르게 호감이 간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