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PASS/XBOX 게임이야기

페이블 리부트 주인공의 외모는 왜 못생겼을까?

잡게왕 2024. 6. 6. 17:38

 

이리저리 구차한 설명을 붙일 거 없이, 당장 핵심부터 말해보도록 하죠.

 

 

이렇게 생긴 캐릭터가

 

 

 

이런 동작을 하거나

 

 

이런 짓을 하거나

 

 

이런 모습을 취하거나

 

 

가운데 손가락 들어 올리기, 사람 얼굴에 방귀 뀌기, 손을 어깨에 붙이고 파닥거리면서 닭흉내 내기,

깡패 같은 얼굴로 손을 치켜세우면서 때리는 척하기, 길 가다 한복판에서 괴성 지르기,

부부를 유혹해서 한 손에 한 명씩 손에 손잡고 사창가에 데려가 난교 치르기(...)

 

.. 등등을 할 수 있는 게임 주인공이라면

 

과연 여러분은 주인공의 디자인이 게임에 적합하다고 생각이 들까요?

적합하지 않을지 모른다 생각하신다면 이 글을 마저 읽으셔도 이해해 주실 듯합니다.

(저런 외모에서 이런 행동을 해도 괜찮다고요? 수비범위가 넓으시네요)

 

 

 

좀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봤는데, 이야기를 더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일단 네가 엑박 유저니까 페이블 실드치고 있는 거 아니냐?

하실지 모르지만 결코 아닙니다.

 

저는 인종차별 반대, 소수에게 균등한 기회 부여 등 실질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시민운동을 존중하고 그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존경하지만,

 

게임 같은 가상의 매체에서 '굳이' 못생긴 외모를 디자인하고 인종에 걸맞은 클리셰를 강요하는 역 차별적인 PC활동을 싫어합니다. 아니 극혐 합니다.

게임 캐릭터를 정치적 올바름에 따라 일부러 못생기게 만들고, 전혀 중요하지 않은 성소수자 캐릭터를 들이밀며, 동양인 캐릭터는 눈 찢어지고 머리에 브리지를 넣는다? 이게 대체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겁니까?

 

 

요즘 게임 회사들, 특히 서양에 있는 게임 회사들 대부분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자기네들만의 '적정선'을 지키느라 혈안입니다.

 

당장 유명한 캐릭터들만 봐도 왜 서양회사들은 주축이 된 모델을 저런 식으로 디자인했냐는 비판이 굉장히 주를 이룹니다.

 

저 역시 매스 이펙트 안드로매다의 캐릭터를 보니 도저히 플레이할 의욕이 생겨나질 않더군요. 외모의 못생김 이전에 불쾌한 골짜기가 보여 손댈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 자,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가서, 자랑스럽게 위 이미지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첫 번째 캐릭터를 볼까요

 

 

이게(?) 바로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쇼에서 선보인 페이블의 주인공 모습입니다.

 

 

못생겼네요.

 

네 못생겼습니다.

 

이걸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먼저 이 페이블이란 게임을 좀 살펴봅시다.

 

원작 페이블이 발매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고, 엑스박스 중심으로만 나온 게임이다 보니 해본 플레이어들이 얼마 없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3편 이후 후속작이 끊기다 보니 전 세대, 현세대를 통틀어서 이 게임을 접할 일도 극히 드물었던 셈이죠.

 

 

 

... 잠깐만 제 한탄을 좀 말해볼까요.

 

2014년, 그러니까 페이블 원작이 발매되고 나서 10년 후, 페이블 애니버서리라고 하여 리메이크가 하나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페이블 원작이 구형 엑스박스용이고, 페이블 애니버서리는 엑스박스 360용으로 후세대이니 사실 리메이크를 할 명분은 충분했죠.

 

저는 페이블 애니버서리를 구입했고, 같은 시기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야심 차게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페이블 애니버서리 도전과제를 가장 많이 획득하는 게이머 순으로 상품을 지급하는 간단한 이벤트였죠. 도전과제를 취득하고 총점수의 스크린숏을 SNS에 올리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저 역시 이 이벤트에 도전했는데요, 1등 상은 경쟁자가 많을 테니 어차피 안될 테니 2등 이하 경품을 노려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아니, 애당초 1등이 되면 안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 건 1등 상품이 페이블 3 한정판 패키지였기 때문이죠.

 

... 페이블 3은 국내에 한정판까지 여러 개 들여왔을 정도로 야심찬 발매를 선보였지만 정작 게임 평가가 모호하여 큰 인기를 끌지 못하였습니다.  현재 메타크리틱 80점이라 생각보다 높다고 보실지 모르지만 유저 평가는 6점대로 여러 부분이 전작에 비해 퇴화한 게임이라고 전 평가합니다. 여하튼 그런 이유로 국내에서 페이블 3은 여러 게임샵의 악성재고가 되었고, 이벤트 상품 1등이라는 구색하에 악성재고를 떨어한다는 명분을 눈치챌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뭐야. 그만 제가 덜컥 이벤트 1등 당첨자가 돼버린 겁니다.

전 상품 교환이 가능한지 교섭에 들어가 보았지만

 

... 이와 같은 거절만 들을 수 있었고,

이미 페이블 3 한정판을 구매했던 저는 악성재고까지 떠 안으며 집안에서 먼지만 뽀얗게 싸이는 꼴을 구경해야만 했습니다.

 

 

 

 

.. 얘기가 많이 돌아갔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그만큼 국내에서 엑스박스 유저가 하향세를 타고 있었고, 페이블 시리즈에 흥미를 가진 게이머는 더더욱 줄어들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페이블 시리즈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도 당연지사입니다.

그리고 전 마소 코리아가 공식 인증해 준 국내에서 페이블 애니버서리에 가장 많이 공을 들인 게이머입니다.

 

 

페이블의 디자인은 영국 중세 하층민의 모습을 판타지라는 양념을 뿌려 게임으로 제작한 듯한 모습으로, 콘셉트부터 소위 양키 센스(..)라고 불려도 모자람이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익살스럽고 무례하거나 추레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주인공, 뭔가 더럽고 못나며 천박한 NPC들.

그들이 살고 있는 우습지만 뭔가 어둑어둑한 블랙 코미디스러운 환경.

 

 

페이블은 파이널 판타지처럼 8등신의 선남선녀가 나오는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4등신(잘 봐줘야 5등신?)의 짜리 몽땅한 캐릭터가 활약하는 액션 RPG였습니다.

 

 

결코 잘생기지도, 예쁘지도 않은 캐릭터들이었지만 세계관에는 잘 어울렸습니다. 화려한 성곽과 그 안에 사는 귀족들의 화려함. 성밖 하층민의 꾀죄죄함에서 나오는 대조. 원수를 갚는다는 일념으로 사는 주인공. 성향이 모호한 동료들, 선악이 갈리는 선택상황에 따라 바뀌는 환경과 주인공의 외모 등등. 이 유머러스한 다크 판타지에서 호불호는 갈릴 지언정, 캐릭터의 외형이 게임의 문제점으로 느껴진 점은 없었습니다.

 

 

페이블 리부트

 

하지만 이건 원작 3부작의 이야기일 뿐, 중요한 부분은 작년 발표한 페이블 리부트 작의 주인공의 외모지요?

 

.. 사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제가 확답할 수 있는 부분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나오지 않은 게임이니까요.

 

기존 페이블 시리즈가 이러이러한 게임이었으니 저런 외모라도 괜찮다,라는 실드는 페이블 리부트 역시 비슷비슷한 게임이니까 라는 전제가 맞아 떨어져야 가능한 주장에 불과하죠.

 

만약 페이블이 리부트가 되면서 정통판타지에 가까운 분위기의 게임이고, 결국 전형적으로 '영웅적인' 주인공이 되는 세계관이라면 저 외모 논란은 발매 후에도 끊임없이 계속될 겁니다.

 

하지만 기존의 페이블 시리즈와 별 차이가 없는 분위기의 게임이라면? 저런 외모의 캐릭터이니 더더욱 안정맞춤이고 익살스러울 것입니다. 짜리 몽땅한 캐릭터가 그래픽의 발전으로 8등신이 된 점이 어색하긴 하지만, 영상에서 보여주는 캐릭터의 모습은 불쾌한 골짜기가 아니라 '시골에서 영웅 노릇하는 얼빠진 촌뜨기'라는 인상이 더욱 강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게 제가 생각하는 페이블의 세계관에 걸맞은 주인공의 모습이죠.

 

 

마커스 피닉스

 

마지막으로 다른 예를 들어보지요.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주인공 마커스 피닉스입니다. 요리조리 봐도 잘 생긴 캐릭터.. 는 아닙니다. 하지만 기어즈 시리즈의 주인공 외모를 트집 잡는 게이머들이 많았던가요?

다만, 요즘 시대에 기어즈 오브 워가 처음 나왔다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의 오판일까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하자면

 

1. 파판에서 저런 외모의 캐릭터가 히로인이라면 저것들이 미쳤나? 싶겠지만 (기존의) 페이블 시리즈라면 뭐 그럴 수도 있지 싶은 수준.

 

2. 결국 캐릭터의 외형과 게임 자체의 분위기가 합치하는지가 중요.

 

3. 그리고 결국 재밌는 게임이 잘 나왔는지가 중요. 게임이 별로라면 외모고 뭐고..

 

.. 모드로 돌입할 것.